정세현 “3차 남북정상회담 9월?…판 깨졌다 말하기 뭐하니 두루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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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14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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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3일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단이 남북정상회담을 9월 중 평양에서 갖기로 합의했다면서 날짜는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원론적인 얘기 두루뭉술하게 해 놓고 끝났다는 게 예감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9월 중으로 한다고 합의는 했지만 그것도 지금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우리가 그동안 물밑 접촉 대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 보면 오늘 회담이 뭔가 지금 말씨름으로 되지 않았나(싶다)"고 추측했다.

그는 "저 사람들(북측)이 지금 판문점 선언 이행 문제를 가지고 차단봉을 내리고 자꾸 우리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조금 말싸움 내지는 실랑이가 있었지 않나(싶다)"며 "9월로 일단 넘겨놓고 판문점 선언 관련해서 뭔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면 그때 가서 날짜를 정해도 늦지 않다. 이런 식으로 미뤄놓지 않았나. 오늘도 판이 깨졌다는 식으로 국민들한테 얘기하기는 그렇고 그러니까 미뤄놓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회담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에이~"라며 "회담 대표단 면면을 보면 저쪽에는 철도성 부상, 환경보호성 부상, 민경협 부위원장, 줄줄이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 문제를 따지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다. 판문점 선언 이행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노동신문 등을 통해 불평 했지 않았나. 나는 회담 대표단 구성을 보고 그걸 공식적으로 제기하려고 온 거구나(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철도, 도로 연결 이거 현대화 문제를 협의하기로 해 놓고 후속 조치가 왜 이렇게 늦어지느냐, 민경협은 아마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관련해서 얘기하러 왔을 거다"고 예상했다.

이어 "회담이 빨리 끝났다는 것 자체가 할 얘기가 별로 없었다는 거다. 접점을 전혀 못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자기들이 견지해 나갈 전략적 입장을 시사한 거라면 좋지 않다. 북한이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말하자면 정상회담 결정하는 칼자루를 쥐고 올라간 거 아니냐 오늘 회담에서"라며 "이상하게 됐다. 비핵화, 종전선언 문제도 걸려 있고, 북미 간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할 우리를 상대로 지금 판문점 이행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어려움을 주면 북한이 잘못하고 있는 거다.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누가 시켜줬는데"라고 거듭 북한의 태도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게 UN총회 열리기 전에 결론이 나야 되는데,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을 빨리해서 종전선언 결론을 내야 되는데, 미뤄지면 종전선언 결론 내는 게 그만큼 늦어진다는 얘기고, 비핵화도 늦게 시작한다는 얘기 아니냐? 싱가포르회담 후 석 달이 지나도 비핵화가 진전이 없다 이렇게 되면 실망 정도가 아니라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불안해할 것이다"고 걱정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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