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상징하는 달(Moon)을 밤낮으로 지키겠다며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이 만든 ‘부엉이 모임’이 5일 전격 해산하기로 했다. 2012년 대선 무렵부터 비공개로 꾸려온 모임의 존재가 동아일보와 채널A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지 나흘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뼈문’(뼛속까지 친문)이라는 표현과 함께 ‘친문 패권주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부엉이 모임의 좌장 격인 전해철 의원은 5일 국회에서 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모임 소속) 의원들이 해산하자고 의견을 모아서 공감했다. 문제 제기가 계속 있다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부엉이 모임 회원들과) 밥도 안 먹겠다”고 말했다. 모임에서 간사 역할을 했던 황희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부엉이 모임은) 뭔가 의도되고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닌 관계로, 이렇게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다.
앞서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은 전날 밤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단체채팅방에서 모임을 끝내기로 뜻을 모았다. 한 친문 의원은 “부엉이 모임의 존재 자체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부엉이 모임의 전격 해체 결정은 과거, 특히 친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의 계파 싸움으로 몰락을 거듭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문 대통령이 당 대표일 때 친문과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갈등으로 결국 국민의당이 떨어져나가는 분당 사태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가 ‘진박(진짜 친박)’ 논란으로 결국 탄핵까지 내몰린 일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모임 해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계파 정치와 세불리기 정치가 역풍을 맞으면 친문도 친박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엉이 모임이 해산해도 친문 세력의 당내 위상 및 영향력에는 별 영향이 없을 듯하다. 한 비주류 의원은 “부엉이라는 이름만 없어진 것이지 친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엉이 논란’이 이어지면 친문 당권 주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서둘러 해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엉이 모임 해체로 당권 레이스는 극심한 ‘눈치 싸움‘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김진표 최재성 윤호중 전해철 의원 등 친문 후보들을 주목하는 시선이 늘면서 단일화 협상이 예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20여 명에 달하지만 전당대회 룰이 확정된 5일 현재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사람은 박범계 의원 한 명뿐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다음 주 초·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친문 주자들은 부엉이 모임 해산 여파로 당장 출마 선언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는 분위기이고, 비주류 후보도 지금 출마를 선언하면 비문의 대표주자로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 축구로 치면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수비축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친문 후보 단일화가 결국 실패해 27일 치러지는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부엉이 모임으로 상징되는 당내 계파주의를 극복하자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방청석에서 논의를 지켜봐 눈길을 끌었다. 강 의원은 토론회를 지켜본 뒤 “민주당이 지방선거 대승에 도취돼 자만하지 않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국당도 여당의 실패에 기대 다음 총선을 치르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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