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등록 33개 정당중 비교섭단체 13곳서 후보 434명 등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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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지방선거 어떤 군소정당들이 뛰고 있나

6·13지방선거에서 서울 지역 유권자는 8장의 투표용지 중 1장을 전국에서 가장 긴 30.8cm짜리를 받게 된다. 서울시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11개 정당이 입후보하면서 투표용지 길이가 전국에서 가장 길어졌기 때문이다. 군에서 시로 승격되면서 치러진 초대 시의원 선거에 32명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투표용지 길이가 57.5cm나 됐던 2003년 계룡시 시의원 선거에 비하면 그나마 짧은 수준이다.

그러나 유권자가 기호 11번까지 각 당의 주요 공약과 특성을 파악해 투표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나서는 정당 가운데 기호 1∼5번의 교섭단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현역 국회의원이 1명씩 소속된 민중당과 대한애국당이 기호 6, 7번을 받았고, 소속 현역 의원이 없는 국제녹색당, 녹색당, 우리미래, 친박연대 등이 정당명 가나다순으로 기호 8∼11번을 받았다.

○ 교섭단체 5곳 포함 18곳서 후보 배출

이번 6·13지방선거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전국 33개 정당 가운데 18곳이 후보를 냈다. 이 가운데 원내 교섭단체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5곳뿐이다. 민중당, 대한애국당, 가자코리아, 국제녹색당, 노동당, 녹색당, 새누리당, 우리미래, 진리대한당, 친박연대, 한국국민당, 한반도미래연합, 홍익당(국회의원 재석 정당 외는 가나다순) 등 13곳은 비교섭단체다. 새누리당은 한국당이 이름을 바꾸기 전과 당명이 같지만, 지난해 4월 창당한 전혀 별개의 정당이다. 13개 정당에서 출마한 후보자들은 전국에 총 434명이다.

군소정당 후보는 비교적 당선 가능성이 높은 기초의원 선거에 쏠림 현상을 보인다. 기초의원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선거 때마다 적게는 2200여 명에서 많게는 2500여 명을 뽑는다.

군소 후보의 약진이 유난히 두드러졌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참여당(24명), 친박연합(19명), 미래연합(11명), 국민중심연합(2명) 등에서 기초의원에 당선(비례대표 포함)됐다. 그러나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노동당에서 기초의원 6명을 배출한 정도로 그쳤다. 이번에 기초의원에 도전하는 군소정당 후보는 261명이다.

반면 비교섭단체 중에 이번에 광역단체장 후보를 낸 정당은 6곳뿐이다. 민중당이 서울, 광주, 울산 등 6곳에 가장 많은 후보를 냈고, 녹색당은 서울과 제주 2곳에 도전장을 냈다. 대한애국당, 우리미래, 친박연대는 서울시장 후보를, 가자코리아는 충남도지사 후보를 냈다.

군소정당에서 후보를 내더라도 기득권 정당의 인물 대결로 승부가 가려지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선거에 군소정당 후보가 당선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득표율 1%를 넘기기도 어렵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와 새정치당 홍정식 후보가 각각 0.48%, 0.35% 득표율을 얻었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도 미래연합 석종현 서울시장 후보가 0.41% 득표를 거두는 수준이었다.

○ 군소정당 후보의 설움

일반적으로 후보의 기호는 국회의원 의석수에 따라 배정된다. 교섭단체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를 부여받는다. 현역 의원이 없는 당은 당명을 해당 지역구 후보로 등록한 정당들 가운데 정당명의 가나다순에 따라 기호를 받는다. 군소정당의 당명 앞 글자가 ‘ㄱ’으로 시작하면 비교적 앞 번호를 받을 수 있다.

군소정당은 지역마다 기호 몇 번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선거법상 정식 후보등록이 끝나고 5일 안에 인쇄된 후보 공보물을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이 취소된다. 군소후보는 후보등록 절차가 끝나고 가나다순으로 기호를 배분하기 전까진 자신의 기호를 모른다. 인쇄물을 미리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군소정당 후보들은 선거제도 자체가 기득권 정당의 실정에 맞게 짜여 있다고 하소연한다. 청년정당인 우리미래의 우인철 서울시장 후보는 “후보등록이 마감된 5월 25일 오후 8시에야 기호를 배정받았는데, 5일 안에 인쇄물 460만 장을 찍어야만 했다. 인쇄소에서 기한을 맞추지 못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달려가 사장님 앞에서 무릎 꿇고 빌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주요 후보들에 비해 TV토론 등 노출 기회가 적은 것도 고충이다. 서울시장 군소 후보 토론회는 시청률이 낮은 평일(4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지상파 1곳에서 잡혀 있는 것이 전부다. 득표율 10% 미만이면 선거보전금이나 기탁금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선거비용을 생각하면 마음껏 선거 유세를 펼치는 것도 부담스럽다. 중앙선관위가 지급하는 선거보조금도 의석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현역 의원이 없는 군소정당은 지원을 한 푼도 못 받는다.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에서 3, 4인 선거구가 적은 것도 군소정당에 큰 장벽이다. 학계·언론계 등 전문가가 참여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안에 일부 시도 선거구당 당선 인원을 3명 또는 4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포함했다. 양당제 구도를 허물고 정치 진입장벽을 낮춰 다양한 정치세력에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였다. 서울시의원 선거구의 경우 2인 선거구를 111곳에서 91곳으로 줄이고, 3인 선거구를 48곳에서 53곳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에서는 2인 선거구는 그대로 동결하고, 3인 선거구는 1곳만 늘렸다. 획정위가 4인 선거구 7곳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 곳도 신설되지 못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제 기득권 정치환경하에서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선관위나 포털사이트에서 군소정당 후보자 정보를 공개해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의원 정수에 청년, 여성 등을 법적으로 할당하거나, 몇 선 이상 당선된 정치인은 같은 선거구에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등의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톡톡 튀는 공약…참신하거나 과하거나

특정 유권자 집단을 타깃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군소정당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세운 정책 대결은 눈여겨볼 만하다.

민중당은 옛 통합진보당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정당이다.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판결로 해체된 통진당에서 문제가 됐던 이념적 색깔을 대부분 지운 점이 눈에 띈다. 노동자 인권 및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중점적으로 내걸었다. 비정규직지원센터 설립 등을 내세워 노동자 밀집 지역인 경기, 울산 지역 후보 배출에 당 화력을 집중한 게 특징이다. 노동자 권익 향상을 목표로 하는 노동당 역시 울산, 경남 등에 후보를 집중적으로 냈다.

우리미래는 올해 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해 창당하는 신당 이름으로 ‘미래당’을 정하자, 이에 반발하면서 오히려 이름이 다시 한번 널리 알려졌다. 우리미래가 약칭으로 미래당의 소유권을 주장하자 바른미래당으로 급히 신당 이름을 바꾸는 해프닝도 있었다. 청년들의 진로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1년간 유예 기간을 주는 ‘갭 이어’ 도입 등 공약이 주목할 만하다.

녹색당은 동물사랑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학교 및 회사 급식에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 의무화를 주장한다. 홍익당은 24시간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확대해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공약도 다수다. 진리대한당은 한일강제병합은 무효이며, 이에 따라 대한제국이 채택했던 입헌군주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남성에게만 불평등하게 부여된 국방의 의무를 여성에게도 부여해 여성징집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가자코리아는 북진 흡수통일을 통해 ‘한국조선’이라고 국호를 바꾸고, 임기 10년을 보장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한반도미래연합은 목포와 중국 상하이를 연결하는 해상철도 340km를 놓겠다는 것이 메인 공약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6·13 지방선거#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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