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간부-한국당 대표까지 나서 ‘미친개’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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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울산청장 “심한 모욕감”
홍준표 “경찰 수사권 독립 멀었다”
與 “입법권으로 협박” 한국당 비판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수사로 촉발된 경찰과 자유한국당의 대립이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고 있다.

한국당이 연일 “경찰이 야당 후보들에 대한 기획·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25일 페이스북에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받아친 것. 이는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라고 빗대며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고 주장한 게 도화선이 됐다. 일부 경찰은 경찰 내부망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는 미친개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급기야 황 청장까지 나섰다.

황 청장은 자신이 더불어민주당의 울산시장 후보를 접촉했다는 의혹을 반박하면서 “부당한 압력에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현직 경찰 고위 간부가 특정 정당을 직접 비판하면서 공방에 뛰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한국당 홍준표 대표까지 나섰다. 이날 페이스북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을 흙탕물로 만든다. 울산경찰청장의 행태를 보니 경찰 수사권 독립은 아직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일부 경찰 간부들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찰과 한국당 모두 상황이 악화되자 지금이라도 자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경찰 수뇌부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의 기회를 황 청장 때문에 놓치는 게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한 고위 간부는 “황 청장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늘 정무적인 판단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도 전현직 경찰 조직이 수도 많고 조직력이 탄탄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과 대립하는 것은 막겠다는 생각이다. 정호성 수석부대변인은 “(비판의 대상은) 성실히 근무하는 대다수 경찰이 아니다”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입법권을 무기로 상대를 협박하고 힘으로 주저앉히겠다는 매우 폭력적인 방법”이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한편, 홍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비홍(비홍준표) 성향의 중진 의원들을 만나 당 안팎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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