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새우’도 탁현민 작품? 트럼프 환영 만찬·행사, 이렇게 깊은 뜻이…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1월 8일 11시 03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 행사 전반에 묻어있는 청와대의 숨은 전략에 눈길이 간다. 특히 환영 만찬에 독도새우를 올리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초대하는 등 25년 만에 맞은 미국 대통령 국빈 의전에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먼저 7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탑승한 전용 리무진 ‘캐딜락원’이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다다르자 전통 갑옷 등을 갖춘 의장대가 차량을 둘러싸 호위하고, 조선시대 왕이 행차할 때 ‘왕의 위엄’을 세우던 취타대가 함께 했다. 이동은 걷는 속도로 천천히 이뤄졌다. 조선시대 왕이 궁궐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으로 영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습에 크게 감명 받았는지 자신의 트위터에 영접 동영상을 올리며 “아름다운 환영식을 해준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께 감사하다. 언제나 기억할 것”이라고 적었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조선 왕실의 궁중의례 때 쓰이던 모란도 10폭 병풍 앞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평창의 고요한 아침’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공식 만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 정중앙의 대형 화면에는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대형 문구가 띄워졌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을 배경으로 혈맹인 한미동맹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슬로건이다.

이어 환영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요리이자 지난 6월 문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을때 먹었던 가자미 구이가 올라왔다. 식탁에 오른 가자미 원산지는 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다. 또 독도새우를 이용한 잡채요리도 등장했다.

만찬 참석자 가운데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신공 이용수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트럼프 대통령과 포옹을 나눴다. 미국 뉴욕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모델 한혜진 씨도 초대됐다. 한 씨는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 여사를 겨냥해 초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멜라니아 여사는 평소 구치(GUCCI) 브랜드에 애착을 갖고 있는데 한 씨가 구치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만찬 축하 공연에는 댄스 가수나 아이돌 그룹 대신 발라드 가수 박효신이 출연해 서정적인 ‘야생화’를 불렀다. 앞서 전날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따분해 하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고령인 점, 야생화가 템포가 매우 느린 발라드여서 노랫말 번역을 실시간으로 해주기도 좋다는 면을 고려하면 무난한 선택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트럼프는 모를 수 있는 인기 아이돌을 세우는 건 되레 위험할 수 있다. 발라드로 진한 감동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분위기는 연주자 정재일 씨와 ‘국악 신동’ 유태평양 씨가 사물놀이 가락과 양악을 결합한 음악으로 띄웠다. 이 때 트럼프 대통령은 리듬을 타며 어깨를 들썩거리기도 했다.

트럼프의 건배주 잔에는 공식 만찬주 대신 미국을 상징하는 콜라를 채웠다.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다.

만찬의 공연 등 세심한 연출은 탁현민 선임행정관을 주축으로 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은 대통령 행사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일을 담당한다.

특히 탁 행정관은 이 분야에 뛰어난 전략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선거 활동 때부터 수 많은 행사들을 기획 연출하면서 문 대통령의 이미지를 고양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탁 행정관이 과거 언행으로 논란이 되긴 했지만, 업무 능력 만큼은 인정한다”는 내용의 칭찬글이 다수 올라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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