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엇박자 논란에… ‘대북지원’ 안건 빼고 발표문 첫 조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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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트럼프와 다섯 번째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두 정상은 취임 후 다섯 번째 통화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을 
가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청와대 제공
트럼프와 다섯 번째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두 정상은 취임 후 다섯 번째 통화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을 가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청와대 제공
“북한 정권이 도발을 계속할수록 외교·경제적 압박을 받아 ‘몰락의 길’에 들어설 것이라는 걸 깨닫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후 다섯 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하지만 18일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유엔 총회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고 했다. 다시 군사옵션을 강조하고 나선 트럼프 정부와 폭주하는 북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답답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다시 군사옵션 앞세운 트럼프 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칭하며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근황을 물었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칭하며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근황을 물었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이날 한미 정상 전화통화는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하루 뒤인 4일에 이어 13일 만에 다시 통화를 가진 것. 양측은 ‘엇박자’ 논란을 의식해 우리 정부의 대북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 문제 등은 사전에 논의 안건에서 빼기로 했고 25분간의 통화 후 처음으로 브리핑 내용도 조율해 발표했다. 두 정상은 북한과의 대화, 또는 군사적 옵션을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에 대한 실효적 제재와 압박,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과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첨단무기 보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협조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미국의 첨단무기 구입 및 기술 이전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B2 장거리 스텔스 전략폭격기 등을 둘러본 뒤 “미국의 첨단무기가 미국의 적들을 산산조각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북 군사 옵션을 재차 거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도 외교적 해법에 대한 회의론을 내비치며 군사 대응 가능성을 경고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함께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사적 옵션의 부재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겠다. 군사옵션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 조치와 외교적 진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 방식의 한계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도 “이 시점에 안보리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많은 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 “평화적 해결 설득할 것”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를 앞두고 이날 오후 발표한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문’에서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겠다”며 “국제 사회가 우리와 함께 평화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전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당국의 대북정책은 오락가락하는 정책”이라며 “보수정권의 대결 일변도 정책과 다를 바 없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미국과 일본이 문재인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보수정권과 다를 게 없다’며 연일 도발 공세를 펴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유엔 총회를 통한 북핵 외교전을 통해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접견에서 대북 특사 파견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의 역할 확대를 통해 꽉 막힌 북핵 외교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것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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