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전술핵 재배치’ 카드 꺼내며 핵우산 전력 상시배치 요구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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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이후]宋국방, 전술핵 언급한 까닭은

마주앉은 韓美 국방장관 방미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오른쪽)과 회담을 하고 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 여론에 대해 논의하고 
핵잠수함 건조, 미군 전략자산 상시 순환 배치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고 참석자들이 밝혔다. 국방부 제공
마주앉은 韓美 국방장관 방미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오른쪽)과 회담을 하고 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 여론에 대해 논의하고 핵잠수함 건조, 미군 전략자산 상시 순환 배치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고 참석자들이 밝혔다. 국방부 제공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과 국방 당국자를 만나 전술핵 재배치 관련 언급을 한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고 했고,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가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파장이 예상된다.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등 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가 임계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내 일각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지렛대로 삼아 보다 확실한 북핵 억제 수단을 미국에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핵(核)에는 핵으로…’, 다양한 전술핵 옵션 부상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 핵무장에 대응한 ‘초고강도 처방’이다. 핵공격은 어떤 재래식 무기로도 당해낼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제한적 핵 억제력을 갖자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전략폭격기와 전투기용 B-61, B-83 핵폭탄 및 공대지 순항미사일용 W-80 핵탄두 500여 기를 전술핵으로 운용 중이다. 군 당국자는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가 검토될 경우 B-61 핵폭탄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미국의 핵우산을 더 확실히 보장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순간 핵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가 되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선 전술핵 재배치 시한을 정한 뒤 대북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배치 계획을 철회하고, 협상 실패 시 재배치를 하는 ‘조건부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론’을 비롯해 다양한 전술핵 옵션이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도 전술핵 재배치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정하고, 그 필요성과 추진 방법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최근 개최했다. 바른정당도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이 공동 사용하는 권한을 갖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를 주장했고, 국민의당 일각에서도 핵 공유와 전술핵 지지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했던 박선원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최근 북핵 억제력 강화를 위해 미군의 전술핵을 재반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공식 라인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 미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 요구한 듯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가 북핵 억제를 위한 효과적 카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에 전술핵을 들여오면 북한의 핵을 정당화하고 중국, 러시아와의 역내 핵 대결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비확산 질서의 근간을 흔들어 동북아 핵 도미노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미국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 고수를 여러 차례 강조한 터라 설령 미국이 전술핵 배치를 요구해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송 장관의 발언은 국내의 전술핵 재배치 여론을 내세워 미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배치 등 대한(對韓) 확장 억제력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을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한국은 북핵 대응력 강화 차원에서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항모전단 등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강력히 요청했지만 미 측의 확답을 얻지 못했다. 군 소식통은 “송 장관이 다양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최우선적으로 배치해줄 것을 미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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