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찾아간 박용만 “통상임금 法에 명확히 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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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늘릴 서비스법 처리 요구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여야 대표를 만나 민감한 현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밝혔다. 경제단체는 그간 통상임금 소송,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유죄 선고 등 현안에 침묵하며 정부에 할 말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30일 박 회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잇달아 만났다. 마침 이날은 기아자동차 통상임금소송 1심 선고(31일) 전날이었다. 박 회장은 추 대표에게 “통상임금의 기준을 명확히 근로기준법에 담아 법제화해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또 최저임금은 근로자가 실제로 받는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재계가 한발 물러섰다. 생산성 하락이 우려되지만 박 회장은 “유예기간을 두고 입법을 통해 천천히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선에서 건의했다.

추 대표는 박 회장을 ‘경제단체 맏형’으로 추어올리며 “청와대에서 드신 맥주는 맛있었습니까”라고 묻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박 회장도 추 대표에게 “팔짱 한번 껴달라”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추 대표는 “정책위와 잘 협력해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날을 계기로 양측 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박 회장은 6년째 국회에 발 묶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도 빨리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의료 민영화’ 논란을 의식해 그간 법안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일자리를 늘리려면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여당에 명분을 쥐여준 셈이니 관련 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기업들 사이에서는 대한상의를 비롯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는 불만이 있었다. 어쩌다 정부에 비판 발언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 여당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압박했기 때문에 침묵하는 분위기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제부터라도 박 회장과 대한상의가 기업들을 대표해 청와대와 정부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준표 대표는 박 회장을 만나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졸속 중단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막겠다”고 말했다. 이혜훈 대표는 “불합리한 규제는 풀어야 하지만 모두 풀면 안전장치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시장 질서가 잡혀야 경제 활성화도 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워크숍 일정 탓에 못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내달 4일경 다시 국회를 찾아 만날 계획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박용만#통상임금#서비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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