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찾아간 검찰총장의 파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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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논란 속 깜짝방문, 전날 통화… 이철성 청장 “찾아가겠다”
문무일 총장 “내가 가겠다” 제안
“검찰은 사법부와 법집행기관 사다리”… 문 총장, 미묘한 의미 담긴 발언도

28일 상견례를 하려고 이례적으로 경찰청을 직접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왼쪽)이 이철성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28일 상견례를 하려고 이례적으로 경찰청을 직접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왼쪽)이 이철성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문무일 검찰총장(56)이 28일 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이철성 청장(59)을 만났다. 취임 4일 만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깜짝 방문’이다.

문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5분경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도착했다. 다른 간부 없이 비서 한 명만 동행했다. 문 총장은 곧바로 청장실이 있는 9층으로 올라갔다. 이어 이 청장과 명함을 주고받고 악수를 나눴다. 두 사람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원경환 수사국장과 박운대 경무인사기획관, 유현철 대변인 등 경찰청 간부들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만남은 전날 문 총장이 취임 인사차 이 청장과 통화하면서 성사됐다. 전화를 받은 이 청장이 “인사하러 (대검찰청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문 총장이 “취임 인사차 기관 방문을 해야 하니 경찰청에 들르겠다”고 답했다. 이후 양측 조율을 거친 끝에 당일에야 구체적 일정이 확정됐다. 그만큼 극비리에 진행돼 일반 직원은 물론이고 간부들도 자세히 몰랐다.

상견례 성격의 자리라 대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 청장은 2005년 강원 원주경찰서장 근무 당시 관할 기관장으로 친분을 쌓았던 염웅철 당시 춘천지검 원주지청장(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을 언급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문 총장은 “저도 아는 분인데 참 훌륭하다”며 화답했다. 이어진 대화에서 두 사람은 “검찰과 경찰이 국정 운영의 양대 축이니 서로 잘 협력하자”는 취지의 덕담을 주고받았다.

미묘한 의미가 담긴 말도 있었다. 문 총장은 검찰을 ‘사법부와 법집행기관의 사다리’로 비유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법집행기관 중 가장 커 먼저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해석하면 검찰이 사법부와 경찰 사이를 연결하는 기관이라는 뜻. 즉, ‘검찰이 경찰의 상위기관’이라는 걸 재확인한 취지로도 보인다.

두 사람은 약 15분간 대화한 뒤 “다음에 식사를 같이하자”고 약속하며 대화를 마쳤다. 이 청장은 경찰청 정문까지 나와 문 총장이 차량을 타고 떠나는 걸 배웅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청장이 검찰총장을 찾아간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반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황형준 기자
#문무일#검찰#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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