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4당 먼저 찾아간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내 협력 구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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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대통령 취임 첫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10일 바로 국회와 여의도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4당 지도부를 차례로 면담한 것은 향후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당선 직후 야당 당사부터 찾아가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면서 협치(協治)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선거에 패배한 야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뼈있는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 먼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면담했다. 한국당이 오전 11시부터 당사에서 회의를 열자 문 대통령이 직접 당사를 찾은 것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당과도 소통하고 대화해 함께 국정의 동반자로 삼는 자세로 일하겠다”며 “야당 당사를 방문한 일이 이례적인 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임기 내내 이런 자세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나는) 유세 다니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여러 가지 안보관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한 사람”이라며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까 불안하게 느끼는 안보관도 해소해 주시고, 한미동맹 관계라든지 여러 가지 대북관계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정책을 펴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안보관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를 전하며 공세를 편 것이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안보문제, 한미동맹 등 이런 부분은 한국당에서 조금 협력해 준다면 잘 풀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공을 넘겼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 할 때보다 저희가 더 강한 야당이 될지도 모른다”고 맞받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과 박 대표는 2015년 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 문 대통령이 승리했고, 이후 박 대표는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박 대표는 ‘문재인 저격수’ 역할을 피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인사말에서 “오늘 아침에는 굿모닝으로 시작한다”고 운을 뗐다. 선거 기간 민주당의 공격 소재였던 ‘문모닝’(국민의당이 매일 아침 문 대통령을 네거티브 한다는 걸 비판하는 의미)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어 “앞으로 협력에 방점을 두겠다”면서도 “야당이기 때문에 견제할 것은 견제하면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는 같은 정당이기 때문에 더 특별한 협력을 바라마지 않는다”며 “국민의당의 동지적 자세와 협력을 구하겠다”고 당부했다. 말미에 문 대통령이 “하여튼 오늘 굿모닝이다. 감사하다”고 하자 박 대표도 웃음을 터뜨렸다.

문 대통령은 바른정당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선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과 관련해 “그 정신은 길게 내다봐야 하기에 바른정당이 국민께 많은 희망을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를 만나서는 “정의당이 이번에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가치와 정책 지향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고 정의당에 희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정세균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대해 “아침에 대통령이 사이다 같은 행보를 해줬다”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통화한 데 이어 이날은 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와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안 후보에게 “앞으로 상의도 드리고 하겠다”고 하자, 안 후보는 “국가 위기상황이다. 경제도 어렵고 외교안보도 어려운 상황이니 힘드시겠지만 잘 챙겨주시라”고 말했다고 김경록 대변인은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찬을 하며 새 정부 조각 절차와 경제 및 외교안보 현안 등을 보고받고 논의했다. 김경수 의원에 따르면 황 총리가 “저를 포함해 국무위원과 정무직의 일괄 사표를 오늘 제출하겠다”고 밝히자 “국무회의 필요성 등 여러 상황을 검토한 뒤 처리 방침을 정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그동안 탄핵으로 혼란스러운 국정 상황을 잘 관리해줬다”고 평가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송찬욱 기자
#문재인#취임#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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