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꽤 영리한 녀석, 핵미사일 개발 방치하지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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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가 대북 군사행동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또다시 보내면서 한국이 공격당할 경우 최우선 보호 대상은 한국 내 미국인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을 통해 (대북) 군사조치를 하기 전에 북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북한에서 (수행할) 군사작전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답을 피한 뒤 재차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민의 생명은 부차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방송과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대북 군사 행동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모호성을 유지했다.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제목으로 이날 인터뷰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결국 김정은은 더 나은 핵운반 수단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핵실험을 하면 나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고 존경받는 중국 국가주석(시진핑)도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이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겠다. 봅시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가 대북 압박이 통하지 않는 증거 아니냐’는 질문에도 트럼프는 “그저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람들이 내 생각을 몰랐으면 할 뿐”이라며 “우리가 (이라크) 모술에 들어간다고 발표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모든 행보를 발표할 수 없다. 이것은 체스게임”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서는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아버지(김정일) 사망으로 정권을 물려받을 때 26세 또는 27세의 젊은이였으며 특히 (군부) 장성 등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다뤄야 했음에도 매우 어린 나이에 권력을 잡았다”며 “삼촌(고모부 장성택을 가리킨 것으로 추정) 등 많은 사람이 권력을 빼앗으려 했지만 권력을 잡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보수 매체인 ‘워싱턴 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선 “북한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과 관련해) 최악을 대비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정은에 대해서는 “매우 위협적”이라며 “끔찍한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 CNN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능력을 보유하면 트럼프가 대북 선제공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선제공격은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북한과 가까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선제공격 때 일어날 대학살은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발표한 이후 첫 공식반응을 내놓았다. 북한 외무성은 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의 핵 무력 고도화 조치는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우리의 강력한 전쟁 억제력에 의하여 조선반도 정세가 또 한 차례의 고비를 넘겼다”고 밝혀 향후 대화의 여지도 열어 놓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 기자
#트럼프#북핵#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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