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편중’ 김영삼 〉전두환 〉노태우
‘호남 소외’ 이승만 〉박근혜 〉이명박
DJ-노무현땐 호남 소외 없어… 여성-이공계 소외현상도 여전
역대 정권은 출범 때마다 탕평(蕩平)을 인사 원칙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이뤄진 인사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대통령 출신 지역의 정치적 지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지역 편중 인사는 점차 해소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호남 소외’ 현상은 박근혜 정부가 역대 정부 가운데 두 번째로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주최로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가리더십포럼에서 최성주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연구팀은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차관급 이상 정무직 3213명의 신상정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각 정권 정무직 인사의 출신지 비율에서 통계청 조사를 근거로 해당 지역 인구 비율을 빼는 방식으로 지역의 대표성을 비교했다. 대표성이 0보다 크면 해당 지역 인구에 비해 더 많은 인원이, 0보다 작으면 더 적은 인원이 정무직으로 임용된 것이다.
분석 결과 영남 편중은 심각했다. 영남의 대표성은 박정희 정부(9.4%)부터 급증해 전두환(21.4%), 노태우 정부(19.4%)를 거쳐 김영삼 정부(24.3%)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영남 출신 대통령이었다.
반면 정부 수립 이래 줄곧 마이너스였던 호남 대표성은 김대중 정권 들어 4.6%로 올랐다. 첫 호남 출신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인사들을 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호남 홀대론’이 불거졌지만 노무현 정권의 호남 대표성은 2.7%로 김대중 정권 다음으로 높았다. 2008년 정권 교체 후 호남 대표성은 다시 급감해 박근혜 정권에서는 ―10.8%를 기록했다. 이승만 정권(―12.4%)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역뿐 아니라 여성과 이공계 출신 소외 현상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역대 정무직을 거친 인사 가운데 여성은 2.9%에 불과했다. 1987년 이른바 민주화 이전 0∼1%대였던 여성 비율은 이후 4%대로 올랐지만 6% 선을 뚫지는 못했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등장한 현 정권에서도 여성 비율은 5.3%에 그쳤다. 특히 역대 5대 권력기관장(검찰총장 경찰청장 감사원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을 거친 141명 가운데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이공계열 비중은 1948년 정부 수립 초반과 김대중(11.3%), 노무현 정권(10.6%)을 제외하고는 줄곧 10% 이하였다. 현 정권에서도 6.7%였다.
최 교수는 “지역 대표성이 왜곡되지 않고 여성과 이공계열 출신이 중용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정무직 임용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 견제 수단인 인사청문회 제도를 강화하고 인사청문 대상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최재용 인사혁신처 인사혁신국장은 “정무직 인선 절차를 투명하게 제도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대통령의 인사권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났듯, 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영혼 없는 공직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논의됐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강력한 인사권을 부여받은 선출직 공무원이 정치적이고 자의적인 명령을 내리는 것이 문제”라면서 “선출직 공무원의 인사권을 축소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모두 기록하는 사관(史官)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직자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 역시 최순실 사태를 키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은 “감사원, 검찰 등이 공직사회를 지나치게 통제해 공직자들은 처벌이 두려워 몸을 사리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개선해야 공직사회도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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