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예산 들여 공무원 양산? 세금 내는 민간 체력만 고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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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공약 포퓰리즘 우려]재원조달 방안 빠진 ‘장밋빛 공약’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절벽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일자리·복지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공약을 실현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가부채가 640조 원을 넘어서면서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예산으로 일자리·복지를 확충하는 공약을 내놓는 것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경쟁’이라고 비판했다.

○ ‘땜질식’ 일자리 공약 논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일자리 창출 해법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과 근로시간 단축을 내걸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대기업 근로시간 단축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선언한 문 전 대표는 소방·경찰·복지 등 공공부문에서 81만 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50만 개 등 일자리 131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민성장’ 주최 포럼에서 “아직도 일자리는 민간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는데 일자리 문제의 절박성을 모르는 것”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 마련이 민간부문 일자리 증가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근로시간 단축과 공공부문 사회적 일자리 확대로 일자리 269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칼퇴근법’ 등 근로시간 단축,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기본근로 보장을 일자리 창출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이런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최소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6일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에 대해 “필요한 예산이 매년 30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할 경우 매년 4조∼5조 원씩 5년간 21조5050억 원이 필요하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연간 4조∼5조 원이라면 월 50만 원짜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셈”이라며 “공공일자리 81만 개는 보여 주기식 정책”이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또 대선 주자들은 저출산 해소와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 역시 추가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사업에 2014년 780여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 증세해도 실현 가능성 낮아

고령화로 눈덩이처럼 예산이 불어나고 있는 복지 분야에서도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29세 이하 청년과 65세 이상 노인에게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기본 소득은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가 주는 소득이다. 문 전 대표는 아동수당 도입과 다자녀 국가 책임제, 신혼부부 반값 임대주택 등의 복지 공약을 내놨다.

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강화, 안철수 전 대표는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을 약속했다.

국가 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결국 세금으로 필요한 예산을 메워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2016∼2020년 국세 수입 연평균 증가율이 5.6%인 것을 감안하면 세수 증가는 연간 10조 원 수준이다.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감안하면 결국 증세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내놓은 방안대로 법인세율을 높여도 늘어나는 세수는 연간 3조∼4조 원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결국 규제 개혁 등을 통해 경기를 되살려 기업의 고용 여력을 끌어올리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노동시장과 산업부문의 구조 개혁을 외면한 채 재정을 쏟아부어 단기 고용률 증가만 노리는 건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해 민간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노력이 모든 일자리 대책에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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