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인 김상조 교수는 촛불 민심으로 나타난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이어가려면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진보 논리에 대한 반성과 혁신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 한성대학교 연구실에서 인터뷰 중인 김상조 교수.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윤영호 전문기자 “10년 전만 해도 서로 대척점에 있었지만 그는 오른쪽으로, 나는 왼쪽으로 각각 선회하면서 접점이 생겼다.”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자로 참여한 그에 대해 한 평가다. 그 스스로도 자신이 변했다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진보 진영이나 야권에 대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그에 대한 논란도 많다. 보수진영에서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그를 보는 것은 그렇다 쳐도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비난의 시선을 보낸다. 삼성그룹도 원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그가 주장한다고 해서 심지어 ‘삼성을 위해 총대를 멨다’는 비판까지 받는다.
그를 아끼는 은사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얼마 전 사석에서 그를 만나 “10여 년 전처럼 강하게 재벌을 비판하지 않는 것을 두고 오른쪽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반면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 온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좀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변했다”고 평한다.
눈 밝은 독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주인공은 ‘재벌 저격수’로 잘 알려진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55·한성대 교수)이다. 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소액주주운동을 이끌면서 재벌의 편법·불법 상속과 전근대적 지배구조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 왔다. 2001년부터 장하성 교수에 이어 경제개혁연대를 이끌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삼성그룹 의사 결정은 이사회가 아닌 미래전략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등의 말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아울러 “재벌은 이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진영 향해 쓴소리도
그러나 그는 재벌 개혁의 목표와 수단에 대해서는 좀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한다. 또 때론 진보진영의 금기를 깨는 발언도 곧잘 한다. 이 때문에 변절자 소리를 들을 위험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그는 보수 진영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진보 진영 스스로 당연시해 온 주장에 대한 재점검 및 반성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증세 없는 복지’도 국민을 속이는 것이지만 ‘대기업·부자 증세’만으로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 역시 말이 안 된다. 소득세 법인세를 합리적으로 개편한 후에 궁극적으로는 부가가치세율을 올려야 가능한 얘기다. 야당이 표 달아난다고 부가가치세 거론을 금기시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다.”
“노조 조직률이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해결 없이 근로자 경영 참여를 얘기하는 것은 조직화된 기득권 노조만 보호하는 것에 불과하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겸업 금지)는 중요한 원칙이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현행 규제가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는 금과옥조는 아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이 원칙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적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재벌 그룹에 속한 금융회사 전체를 하나로 통합해서 건전성 감독을 하는 그룹 통합 감독체계를 도입하면서 중간금융지주회사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물론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삼성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걸 알지만 속된 말로 삼성 돈 먹고 하는 얘기가 아니어서 두렵지 않다.”
모두 진보진영이나 야당을 불편하게 하는 그의 주장이다. 또 그가 2013년 7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 초청받아 강의를 한 이후 삼성과 대화를 시작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삼성 저격수’인 그가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