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의환향 반기문, 친인척 뇌물 의혹 분명히 해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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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력한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간의 사무총장 생활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금의환향은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동생과 조카가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는 뉴스가 어제 보도되면서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 동생 반기상 씨 부자가 2014년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의 72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중동의 한 국부펀드에 팔기 위해 그 나라 관리에게 50만 달러(약 6억 원)의 뇌물을 건네려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측근과 공모한 비리 혐의로 탄핵 절차를 밟는 중에 유엔 사무총장의 친동생까지 국제적인 뇌물 스캔들에 휘말렸으니 보통 나라망신이 아니다. 경남기업은 고 성완종 씨가 회장으로 있던 기업이고, 성 회장은 충청포럼 회장을 맡아 반기문을 중심으로 ‘충청 대망론’을 띄웠던 사람이다. 반기상 씨가 한때 경남기업 고문을 맡은 것도 반 전 총장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 전 총장 측은 귀국길 공항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의 23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기상 씨 부자의 비리에 대해선 반기문 측 이도운 대변인이 어제 “반 전 총장은 전혀 아는 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서는 곤란하다. 23만 달러 수수가 사실이 아니라면 반 전 총장은 해명이 아니라 명예훼손 고소를 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친동생 부자의 뇌물 의혹과 관련해서는 반 전 총장 자신이 어디까지 알았으며 왜 막지 못했는지 분명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10년 경험은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였지만 대통령의 자질과 유엔 사무총장의 자질은 다르다. 반 전 총장은 때 묻지 않은 ‘정치 신인’이란 강점도 있지만 외교 관료로서 양지바른 곳만 골라 밟아왔다는 소리도 듣는다. 캠프에도 과거 역대 정부에 몸담았던 기득권 세력이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인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검증의 잣대는 엄격해졌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귀국하는 반 전 총장은 국민 통합이라는 막연한 슬로건이나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야 한다.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대한민국호(號)를 위한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내놓지 않으면 ‘반기문 거품’은 붕괴할 수도 있다.
#반기문#친인척 뇌물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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