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데이비드 윤 “정유라, 개밥 심부름까지 시켜 귀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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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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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최순실의 獨조력자’ 데이비드 윤씨 인터뷰


  ‘최순실의 집사’ ‘정유라의 도피 조력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윤영식) 씨는 사진에서 보던 하얀 머리 그대로였다. 그는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밖에 나갈 때마다 검은색 패딩점퍼에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다.

 그와의 인터뷰는 5일 오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8구, 샹젤리제 거리 뒤편에 있는 호텔 회의실에서 2시간 동안 이뤄졌다. 윤 씨가 파리에서 잠시 묵고 있는 4성급 호텔이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는 데 주력했지만 최 씨 모녀와의 인연 등은 비교적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우선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부터 물었다.

 “나는 명품을 수입해 한국에 파는 유통업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이 터지면서 이탈리아 프랑스에 있는 거래처 본사를 찾아가 해명하고 다녔다. 그 외에는 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호텔에 있었고,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초까지 미국 삼촌 댁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최 씨를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해 8월 말 한 한식당에서 가진 회식 자리였고, 정유라 씨를 마지막으로 본 건 6월 호텔 개소식 때라고 했다. “최 씨로부터 전화 연락이 중간에 왔지만 이 사건이 터진 후에는 일부러 피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최 씨와의 인연에 대해 물었다. 최 씨와 비즈니스를 몇 건이나 했는지 묻자 그는 단호하게 “한 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 씨 집사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집사라는 표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사업 파트너도 아니고 최 씨의 재산을 모르기 때문에 집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2002년 윤 씨가 설립한 명품 유통업체인 ‘럭셔리’에 최 씨가 2003년 6월 법인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최 씨가 장기 체류증을 받기 위해 부탁을 해 왔다”며 “나도 명품 업체로부터 공급 판권은 얻었는데 한국에 수출할 길이 없어 최 씨가 도움이 될까 해서 윈윈 차원에서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 실적이 저조해 최 씨의 장기 체류 비자는 발급되지 않았고 6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윤 씨는 “최 씨는 비자가 안 나와 기분 나빠했고, 한국에서 우리 회사 가방을 한 개도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년 뒤 파산했다.

데이비드 윤 “최순실의 집사 아니다” 최순실의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 씨가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사업차 프랑스를 방문한 그는 파리 8구의 한 호텔 회의실에서 기자와 만나 최순실, 정유라와의 인연에 
대해 털어놓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데이비드 윤 “최순실의 집사 아니다” 최순실의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 씨가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사업차 프랑스를 방문한 그는 파리 8구의 한 호텔 회의실에서 기자와 만나 최순실, 정유라와의 인연에 대해 털어놓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윤 씨는 2014년 최 씨가 카페 테스타로싸 판권을 오스트리아 뷔델사로부터 사는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는 “최 씨가 ‘커피숍을 하고 싶은데 유럽에서 수입할 수 있는 상표를 알아보라’고 해서 뷔델과 다리만 놔 줬다”며 “그 대가로 300만 원을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015년 7월부터 최 씨가 독일에서 운영한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 법인 설립과 그 과정에서 삼성과 오간 계약, 말 구입 과정 등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함구했다. 다만 “비블리스 승마장에 가서 전기요금, 쓰레기 처리 등과 관련해 통·번역을 해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최 씨가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모른다”며 “돈 많은 강남 아줌마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씨 재산 10조 원설에 대해서는 “자금 세탁에 엄격한 독일 시스템상 500개 페이퍼 컴퍼니와 10조 재산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씨를 만난 걸 후회하느냐는 질문엔 “이럴 줄 알았으면 밥도 같이 안 먹는 건데”라며 “많이 후회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이 사건에 끼지 않기 위해 피해 다녔는데 지금은 진작 해명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윤 씨는 정 씨를 중학교 때 처음 봤다고 했다. 그는 “최 씨는 나를 윤 대표로, 정 씨는 엄마가 있으면 ‘아저씨’, 엄마가 없으면 ‘오빠’로 불렀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2일 덴마크 올보르 재판정에서 기자들이 윤 씨에 대해 묻자 “그분은 저와 연락하기 싫어하시는 분”이라며 섭섭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윤 씨는 정 씨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는 “(내가) 엄마와 친하니까 자기도 도와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윤 씨는 “그 엄마 심부름하기도 귀찮은데, 제가 스무 살짜리 딸내미 심부름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엄마 통해서 동물가게 어디 있느냐, 개밥을 어디서 사느냐 그런 거 묻는데”라고 말한 뒤 혼잣말로 “아휴, 귀찮아”라고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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