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꼭꼭 숨긴 ‘문건 진상조사’… 非文 “親文이 성역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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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건 파문 장기화 조짐

 더불어민주당이 6일 당 싱크탱크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의 진상을 조사했지만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의 거취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비문(비문재인)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고, 다른 대선 주자들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보고서 파문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진상조사위, 기초 사실 관계도 “밝힐 수 없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격론 끝에 김 원장의 거취 문제를 추미애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위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보고서 내용과 배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그러나 김 원장 거취에 대해서는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상호 원내대표와 일부 최고위원은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친문(친문재인) 성향 최고위원들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조사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사무총장은 “조사 결과는 최고위에 상세히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문건을 전달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배포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인 진성준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보고서 작성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그 부분은 미처 조사를 못 했지만 추가 조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비문 반발, “‘보이지 않는 손’ 오해 또 생겨”

 다른 대선 주자들은 이날 당 지도부가 보고서 파문을 미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저지 문건’은 공당의 공식 기구에서 벌어진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당의 사당화, 패권주의에 대한 염려가 더 커졌다. 반성과 성찰, 시정을 요구한다”며 지도부와 친문 진영을 겨냥했다. 김부겸 의원 측 허영일 공보특보도 “추 대표가 보고서의 편향을 인정하고 진상 조사를 지시했는데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며 “미적거리면 자칫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라는 오해가 또 생긴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 관계자는 “김 원장의 최초 해명과 다른 부분이 있거나, 비문 진영의 추가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김 원장은 3일 보고서 배포 범위에 대해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8명)과 5명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5명 중 최소 2명은 보고서를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전달받은 당사자 외에 추가로 본 사람이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비문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의 태도는 ‘문제가 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친문 진영이 이 당의 성역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 ‘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비문들

 개헌 저지 보고서 문제를 지적한 비문 의원들은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에 시달리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하루 동안 욕설이 담긴 항의 문자메시지 3000통 이상을 받았다. 보고서 파문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에게는 항의 문자와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이 쏟아졌다. 한 초선 의원은 “문 전 대표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며 “아예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지도 말라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항의 문자 폭탄은) 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때리고 내쫓고 나가라고 하면 정말 안 된다”고 말했다.

 당내 갈등이 커지자 문 전 대표 측도 자제를 당부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끼리 과도한 비난은 옳지 않다. 잘못된 일”이라며 “동지들을 향한 언어는 격려와 성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김진표 의원이 보던 문제의 문자메시지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비서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6급 비서 A 씨는 “우리 당의 유일한 후보가 사실상 문 전 대표고, 김종인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를 골탕 먹이고 있는 중”이라는 문자를 김 의원에게 보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더민주#보고서파문#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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