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4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비유하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은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인 위원장이 “악성종양” “할복” 등 독설을 쏟아내며 서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한 반격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 의원의 역공에 웃음을 지으며 “내가 딱 보니 (서 의원) 스스로 탈당을 선언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철저하게 무시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과 주류의 맏형이 서로 물고 뜯는 이전투구로 새누리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 역공 나선 서청원
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 위원장은 의원들을 전범 A·B·C로 분류하고 정치적 할복을 강요하며 노예 취급한다”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어 “인 위원장은 거짓말쟁이 성직자냐, 개혁보수의 탈을 쓴 극좌파냐”라고 반문한 뒤 “당을 파괴하는 악성종양의 성직자”라고 비난했다. 전날 인 위원장이 쏟아낸 독설을 그대로 되돌려준 셈이다.
서 의원은 이날 “조기 전당대회로 정통성 있는 진짜 리더십을 세우자”고도 했다. ‘인명진 카드’를 폐기하고 과거 이정현 전 대표가 제안한 조기 전대로 친박계 ‘폐족(廢族) 위기’를 돌파하자고 제안한 셈이다.
서 의원과 인 위원장 사이에선 ‘위장탈당’ ‘탈당하면 국회의장 보장’ 거래 의혹을 두고 진실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2일 이 전 대표에 이어 이날 친박계 핵심인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정우택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홍문종 의원 등은 인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를 ‘백지위임’했다.
이를 두고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탈당계를 내면 ‘다시 돌려주겠다’고 강요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듯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 위원장이 내게도 국회의장 직을 약속하며 탈당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5일 두 사람이 따로 만났을 때 인 위원장이 “대선이 끝나면 복당시킨 뒤 제가 의장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사전 밀약설’을 일축했다. 그는 “존경받는 8선 의원이라면 의장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나는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자신만만’ 인명진
서 의원의 분노에 인 위원장은 짐짓 여유를 부렸다. 그는 기자들에게 “종편 패널들이 ‘인명진의 인적 쇄신 성공 여부’를 묻자 모두 X를 들었던데 그런 안목으로 논평을 하면 안 된다”며 “초선부터 중진까지 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의 여론은 자기편이라는 얘기다.
친박계가 이미 자중지란에 빠진 점도 인 위원장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이날 탈당을 선언한 정 전 부의장은 전날 이인제 전 의원과 함께 “인 위원장이 나가면 보수도 끝”이라며 서 의원에게 동반 탈당을 설득했다고 한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인 위원장을 데려온 사람이 서 의원인데, 두 사람이 이렇게 막장 대결을 펴면 모두 죽는다”며 “(친박계 내에서도) 서 의원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8일까지 서 의원이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이날 서 의원과 최경환 의원만 콕 찍어 탈당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 측 핵심 인사는 “인 위원장이 (친박계를) 10명 이상 탈당시킬 거라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탈당 수준의 무거운 책임을 질 사람은 서, 최 의원 두 사람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두 의원 외에 다른 인사의 탈당계는 (인 위원장이) 반려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결국 인 위원장이 두 의원과 나머지 친박계를 분리시켜 친박계 핵심 중 핵심만을 정밀 타격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당내 장악력을 키움으로써 이후 당의 전면적 쇄신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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