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문재인, 살려달라고 할땐 언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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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국민성장’이란 단어 쓰며 朴대통령처럼 경제민주화 빼려해”
‘삼고초려’ 1년만에 완전히 갈라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 1년이 되는 28일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갈등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1년 전, 지금의 새누리당처럼 탈당 사태를 겪고 존폐 위기에 처한 당을 구원하기 위해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를 삼고초려했다. 당을 맡은 김 전 대표는 4·13총선을 대승으로 이끌었지만 이후 당 주도권을 놓고 문 전 대표와의 관계는 삐걱거렸다. 그리고 이날까지 사흘간 두 사람은 지면을 통한 설전을 이어갔다. 이미 둘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국회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곳 아니냐”며 “민주당이 패권 정당이라고 비판받을 때 (문 전 대표가) 살려 달라고 해서 온 사람인데, 내가 무슨 특별한 이야기를 했다고 걱정을 한다고 하느냐”라고 말했다. 전날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의 대선 전 개헌 및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주장과 관련해 “우리 당 입장하고 다른 생각을 말씀해 걱정”이라고 한 것에 대한 불쾌감을 담은 응답인 셈이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를 만들어 ‘국민성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느냐”며 “저 사람도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라고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슬쩍 빼버리는 스타일로 넘어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데서 나와 차이가 있다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도 박 대통령처럼 겉으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는 이유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로서는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비판”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토론회 축사에서 김 전 대표는 “1987년 정치민주화가 이뤄진 다음 당선된 대통령은 모두 재벌에 농락당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 ‘진보 정권’도 재벌 개혁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과 의회가 의식이 제대로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앞서 26일 “(개헌으로 다시 집권할) 자신도 없이 어떻게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 하느냐”, 27일 “대통령 되고 개헌하겠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응전하지 않았다. 다만 김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대선을 앞두고 자기중심의 판을 짜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문재인#김종인#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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