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농단 부인한 최순실과 박 대통령, 어찌 그리 똑같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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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장본인 최순실 씨가 어제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최 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 11가지 중 8가지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내용인데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기 때문에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공직자(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와 대통령과 친분을 이어온 민간인(최 씨)이 사적 이익을 위해 국정에 개입하고 권력을 남용해 국가 기강을 송두리째 흔들고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10월 30일 독일에서 귀국할 때는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던 최 씨가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 중형이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이 최 씨 소유로 인정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최 씨 측은 감정을 요구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대부분 인정함으로써 태블릿PC를 통해 대통령 연설문 등을 보내는 데 사용했음을 시인한 것과 전혀 다른 태도다. 최 씨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내가 국정을 운영했다면 대통령에게 투표한 1000만 유권자를 우롱하는 꼴”이라고 측근에게 말했다고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처음엔 ‘눈치 보기 수사’를 하던 검찰이 지금까지 밝혀낸 최 씨의 혐의만으로도 국민은 ‘순실증’에 걸릴 정도로 분노와 절망에 빠져 있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자신의 행위 자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최 씨의 모습은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보낸 답변서와 놀랄 만큼 흡사하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등의 전횡이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했고, 최 씨가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더라도 대통령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최 씨의 행위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건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서 최 씨 등이 관여한 비율을 계량화하면 1% 미만”이라고까지 했다. 무슨 기준으로 계량화한 것인지 몰라도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100%의 대통령 권력을 준 것이 대의민주주의다. 박 대통령이 1% 아니라 0.1%라도 사인(私人)에게 권력을 넘겼다면 그게 바로 국정 농단인 것이다.

 최 씨가 박 대통령과 공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는다면 국정 농단은 박 대통령 혼자 자행했다는 의미가 된다. 박 대통령은 모든 의혹을 최 씨에게 떠넘기면서 탄핵심판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전 세계에 나라망신을 시켜놓고도 최 씨와 박 대통령 모두 공범도, 주범도 아니라니 대한민국 검찰이 없는 죄를 지어냈단 말인가. 박영수 특검팀은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정의(正義)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최순실#국정농단 부인#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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