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통령 진료는 대부분 靑의무실 아닌 관저에서 이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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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청와대 전직 주치의-자문의들 증언

 
박근혜 대통령 비선 진료 의혹과 각종 주사제 논란의 중심에는 청와대 의무실이 있다. 대통령의 건강관리부터 청와대 약품 구입까지 책임지는 의무실의 존재와 의료 시스템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본보가 취재한 전 대통령 주치의, 자문의들은 “대통령은 주로 숙소인 관저에서 진료를 받으며, 의무실에서는 간단한 수술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도 청와대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 대통령 숙소 옆 의무실

 증언에 따르면 의무실은 대통령 관저에서 50m가량 떨어져 있다. 비상근인 대통령 주치의나 자문의와 달리 의무실은 대통령의 건강을 24시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의무실은 2층짜리 독립 건물로 각 층 면적은 99m²(약 30평) 정도다. 1층에는 청와대 의무실장과 간호장교가 상주하는 사무실과 응접공간이 있다. 벽에는 역대 주치의 사진이 걸려 있다. 대통령 경호원 등 청와대 근무자의 진료도 간혹 이곳에서 이뤄진다.

 2층은 대통령 진료를 위한 공간이다. 2층에는 응접실과 치과용 의자, 산부인과 시설 등 각종 의료기기가 비치된 진료실이 있다. 또 다른 방에는 침대 2개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대통령 주치의는 “기본적인 진료는 물론이고 간단한 수술까지 가능한 수준의 시설”이라고 말했다. 의무실에 없는 의료기기는 청와대 인근에 있는 서울지구병원에서 들여오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서울지구병원은 서울 시내의 유일한 군 병원이다. 대통령과 가족, 총리나 장차관 등의 진료를 담당한다. 다만 대통령에 따라 의무실 내 시설과 위치는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 주치의-자문의-의무실장 ‘삼각 편대’

 청와대 의무실장과 간호장교들은 교대근무를 하며 24시간 상주한다. 의무실장은 통상 서울지구병원 소속 군의관이 맡는다. 2013년 2월 민간인인 김원호 연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가 이례적으로 초대 의무실장이 됐지만 그해 말 사임했다. 그 뒤로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이선우 의무실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이 맡고 있다. 간호장교 2명도 서울지구병원 소속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근무한 전 간호장교(대위) 조모 씨는 현재 미국 텍사스 주에서 중환자 간호 과정을 연수 중이다. 또 다른 간호장교였던 신모 씨는 전역해서 국내에 거주 중이다. 조 씨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성형 시술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이라 청와대가 미국으로 도피시켰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국방부는 “육군본부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연수자로 선발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에게 진료가 필요한 과목이 생기면 의무실장이 이를 주치의에게 보고하고 주치의가 판단해 자문의를 청와대로 호출한다. 한 전직 대통령 주치의는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진료는 주치의가 결정한다”며 “의무실장이 간단한 처방을 하려고 해도 주치의에게 알려야 한다. 자문의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전 주치의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26일 “청와대 약품 구입은 의무실장이 담당한다”며 대통령 비선 진료 문제에 모르쇠로 일관해 의혹만 더 키웠다.
○ “청와대 해명 이해 안 가”

 전 대통령 주치의, 자문의들은 ‘청와대 의무실에는 성형미용 시술을 할 시설이 없다’는 청와대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군의관 시절 청와대 파견근무를 했었던 한 대형병원 교수는 “그 정도 시설이면 대형 수술은 못하지만 다른 것은 다 할 수 있다. 청와대 의무실이 왜 그럴 능력이 없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5년 노 전 대통령이 눈꺼풀처짐(안검하수)을 교정하기 위해 받은 쌍꺼풀 수술도 청와대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또 치과 진료처럼 의무실의 의료기기를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의무실장, 주치의, 자문의가 진료 도구를 관저로 들고 가 대통령을 진료한다는 게 전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의료 시술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저에서도 수시로 진료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김호경 kimhk@donga.com·김윤종·임현석 기자
#박근혜#주치의#의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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