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검찰조사 연기 요구한 청와대 오만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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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연기를 요구했다. 그는 “검찰이 일방적으로 (16일까지) 소환 일정을 통보해 맞춰 달라고 했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횟수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4일 두 번째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를 밝혔음에도 어제야 변호인을 선임하고 시간 부족을 들어 사실상 조사를 거부한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 주변에선 ‘박 대통령은 최 씨의 청탁에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지시한 피해자’라는 간접정범 법리를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수사 전망과 대응 방안이 포함된 문건이 나오면서 청와대 가이드라인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도 굳어지고 있다. 구속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모금했다고 진술했다지만 최 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20일 최 씨를 기소하려면 그 전에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가 적시될 경우 대통령 하야 또는 탄핵 요구의 법률적 명분이 될까 봐 지연작전에 나선 것이라면 얄팍한 계산이다. 국민적 분노만 더 커진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청와대로선 14일 여야가 특검법안에 합의했으니 대통령을 두 번 조사받게 해선 안 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박 대통령은 특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변호사가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달라”고 한 것도 구구한 억측을 불러일으키는 언급이다. 청와대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최태민·최순실 의혹에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진박(진실한 친박근혜)’을 변호인으로 앉힌 것도 신뢰를 주기 어렵다.

 검찰은 “대통령 조사는 17일도 가능하다”고 했다. 더는 물러서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의 관련성을 적시하지 못한 채 최 씨를 기소하거나 박 대통령의 혐의를 덮어주는 식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면 ‘김수남 검찰’은 특검의 칼날을 면치 못할 것이다. 최재경 민정수석이 더 이상 박 대통령 조사에 관여해서도 안 된다. 박 대통령 개인 변호는 사비(私費)로 대야만 한다.
#최순실#국정 농단#박근혜#유영하#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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