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주, 광화문광장 굿판 참석… 저서에선 “47회 前生 체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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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구국天祭 행사 참여 논란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지명된 박승주 후보자(사진)가 정체가 불분명한 신앙 단체와 연관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013년 펴낸 저서 ‘사랑은 위함이다’에서 “47회나 전생을 체험하고 전봉준 장군을 만났다”고 주장했고, 올해 5월에는 구국천제(天祭) 행사의 진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비록 그가 2008년 여성가족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나 있었을 때의 일이라 해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중대회(國中大會)―대한민국과 환(桓)민족 구국천제 재현 문화행사’에 진행위원장으로 참석했다. 국중대회는 고구려와 부여의 제천행사를 일컫는 말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신밟기, 구국기도, 나라안녕굿 등의 퍼포먼스가 열렸고, 박 후보자는 고유문(告由文·중대한 일을 치를 때 그 이유를 신명에게 알리는 글)을 직접 낭독했다.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지명된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원 안)이 올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제천 의식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YTN 화면 캡처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지명된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원 안)이 올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제천 의식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YTN 화면 캡처
박 후보자는 7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구국천제는 굿이 아니라 문화제라고 생각해 장소를 허가받는 과정에 도움을 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안전처를 통해 밝힌 해명 자료에서도 “북한의 전쟁 위협과 일본 지진 등으로 사람들이 불안해하니 문화행사라도 열자는 의견이 있어 도와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당시 행사는 단군 신을 모시는 종교와 무속신앙 등이 뒤섞여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굿판을 열었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 행사는 박 후보자가 ‘큰 스승’이라고 밝힌 안소정 하늘빛명상연구원장이 총재로 있는 정신문화예술인총연합회가 주관했고, 박 후보자는 이 단체의 부총재를 맡고 있다.

 그가 2013년 발간한 ‘사랑은 위함이다’의 내용도 논란거리다. 박 후보자는 “필자는 명상 속에서 지구 땅에 47회나 다른 모습으로 왔다.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전봉준 장군이 찾아와 조선 말기 왕의 일기인 ‘일성록’을 건넸다”고 기술했다. “죽으면 육신은 없어지지만 영혼이 메모리 칩 두 개를 갖고 하늘로 간다고 한다. 나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블랙박스가 하늘에 있다”고도 썼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추천으로 2일 안전처 장관에 지명된 박 후보자는 오랜 공직생활 중 안전 관련 업무를 맡은 경험이 없어 안전 컨트롤타워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총리 후보자는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데리고 있던 유능한 공무원이라 추천했지만 나에게 검증수단이 없어서 일어난 일 같다”며 “청문 과정에서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 나도 알아보겠다”고 해명했다.

박성민 min@donga.com·강경석 기자
#국민안전처#박승주#굿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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