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후보자 “與野靑 합의총리 내면, 난 없어지는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자진사퇴엔 선그어… “엄동설한에 손난로라도 되고싶어”
인준 불투명… 비박 “안되는 카드”

목 타는 출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운데)가 7일 오전 금융감독원 연수원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며 종이컵에 담긴 물을 마시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목 타는 출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운데)가 7일 오전 금융감독원 연수원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며 종이컵에 담긴 물을 마시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7일 “여야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후보를 낸다든가 하면 제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손난로론’을 내세워 정치권에 공을 넘긴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엄동설한에 작은 난로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손난로라도 되고 싶다”며 “빨리 크고 좋은 난로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거다. 나 스스로는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작은 난로라도 돼서 지금 어지러운 국정에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찬바람이 불기 때문에 ‘나라도 나가야겠다’고 해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거취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조건부 사퇴’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 후보자는 야당이 영수회담의 조건으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한 것을 두고는 “선문답 같지만 봄이 오면 얼음은 녹아 없어진다. 그런데 얼음 때문에 봄이 안 온다고 하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거듭 나타냈다. 김 후보자는 “책임총리의 문제라든가 이런 게 더 들어가고 그 다음에 (최순실 씨 국정 농단 논란의) 진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있었던 일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유감의 뜻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오전 “총리 후보자의 권한 부분에 대해서는 김 후보자가 말한 그대로다. 그 부분에 대해 이론이 있을 수 없다”며 김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장 지명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상시국을 수습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위해 김 후보자의 명예를 살려주는 방향으로 자진 사퇴의 출구를 열어줄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비박(비박근혜)계 중진 의원들도 이날 박 대통령에게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후보자는) 사실상 안 되는 카드 아니냐”며 “박 대통령이 명실상부한 거국중립내각으로 이번 사태를 풀어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김병준#박근혜#국무총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