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소 금치못하겠다’던 靑 “최순실 연설문 개입, 모든 경로로 파악 중”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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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0월 25일 0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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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해 일부 수정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다양한 경로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며 "파악한 뒤 알릴 것이 있으면 알리겠다"고 말했다. '경위'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유출된 경위를 뜻하느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모든 경위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정수석실에서 조사하느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경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사실이면 국기문란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경로로 파악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좀 지켜봐 달라”고 했다.

청와대는 전날 밤 JTBC의 보도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회의 이후 모든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아무런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그동안 최순실 씨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일방적인 의혹 제기일 뿐"이라며 일축해왔다.

전날 JTBC는 최순실 씨가 두고 간 사무실 컴퓨터에 담긴 200여개의 파일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 44건이 연설 시점 이전에 최 씨에게 넘어갔으며 일부는 수정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최순실 씨가 사전에 입수한 연설문 중에는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처음 천명한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도 포함돼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연설문 유출 시기는 2012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였다.

JTBC는 지난 19일에도 박 대통령이 즐겨 들고 다니던 가방을 제작하고 차은택 씨를 최순실 씨에게 소개시켜 준 인물인 최 씨의 측근 고영태 씨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비선의 비선'이라고 불리는 고 씨는 "회장(최순실 씨)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고치는 일" "연설문을 고쳐놓고 문제가 생기면 애먼 사람을 불러다 혼낸다"는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기사 처음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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