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처럼 ‘1 대 多’…또 다시 외로운 상황 처한 송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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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0월 17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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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동아일보 DB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동아일보 DB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9년 전과 비슷하게 외로운 상황에 처했다.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15~18일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벌어진 잇단 회의에서 홀로 '찬성'을 주장했다. 당시 참석자인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모두 '기권'에 동의했다. 이 때문에 회고록에서 그해 11월 18일 저녁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참석한 이 네 명은 송 전 장관에게 '왜 이미 (기권으로)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9년이 흐른 지금도 송 전 장관은 회고록과 관련해 '1 대 다(多)'로 맞서는 구도다. 서별관 회의 참석자 4인은 정도는 다르지만 송 전 장관의 기억과 증언을 부인하거나 적어도 시인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 전 원장, 백 전 실장, 이 전 장관은 2013년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관련 책을 같이 썼을 정도다.

남북 채널로 북한에 (표결 관련) 의견을 묻자'고 했다는 회고록 내용을 전면 부정한 김 전 원장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송 전 장관을 국가기밀누설죄로 고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대통령과의 회의에서 나온 메모도 기밀문서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김 전 원장의 주장에 대해 "그런 정도는 다 감안하고 썼다"고 일축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장 허가를 받지 않고 책을 출간해 형사고발을 당한 적이 있었다. 한편 이 전 장관도 "(송 전 장관이) 의도적으로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송 전 장관의) 기록이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장수 주중 대사는 17일 베이징(北京)에서 '(15일 회의에서)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는 책 내용을 두고 "국방부는 결의안에 찬성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문제가 된 18일 회의 참석 멤버는 아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책(회고록)에 있는 사실 그대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말이 다르다'는 질문에는 "왜 내 책에 써 놓은 그대로…(믿지 않느냐)"라며 답답해했다. 회고록의 팩트가 명확하지 않다고 묻자 "책이 희랍어로 쓰인 것도 아니고 한글로 다 쓰여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며 "책에 있는 대로 (이해)하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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