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려나온 증인 409명… 260명은 입도 못열고 자리만 지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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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구태 국감]반환점 돈 국감, 7일간 행태 분석

 
전국 시교육청 대상으로 6일 오전 10시경 시작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오후 6시 반까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관련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설전만 이어졌다. 그사이 정상적인 질의 시간은 40분도 채 안 됐다. 그마저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에게만 집중돼 나머지 6명의 교육감은 8시간 넘게 증인석에서 여야의 말싸움만 지켜봤다. 도교육청 대상으로 진행된 다음 날 국감에서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딸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을 둘러싼 증인 채택을 두고 공방만 벌이면서 증인들은 오전 10시부터 자리만 지켜야 했다.

 11일 동아일보가 정책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함께 그동안 파행 등을 거듭하며 문제로 지적된 3곳 상임위원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정무위)의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 국감 영상(9월 26일∼10월 7일)을 분석한 결과 반환점을 돈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도 싹이 노랗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국감 증인 10명 중 6명은 한마디도 못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된 여야의 힘겨루기로 1주일 동안 헛바퀴를 돈 이번 국감은 4일 정상화 이후에도 정책 논의가 실종되면서 ‘식물 국감’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감 영상 분석 결과 3개 상임위는 기관 및 일반증인을 합쳐 모두 409명을 국회로 불렀고 출석한 증인 중 답변 기회를 얻은 건 149명(36.4%)이었다.

 야당은 폭로 및 의혹 제기를 남발하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 데만 급급하면서 국감의 파행은 더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교문위는 7일까지 7번 진행된 국감에서 323회의 의원 질의 가운데 99회(30.7%)가 피감기관에 관계없이 재단 관련 의혹을 추궁하거나 이를 방어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야당 단독으로 진행된 지난달 27일에는 47회 가운데 4회를 제외한 모든 질의가 재단 얘기였다. 이번 국감에 앞서 다양한 현안을 두고 폭넓은 정책 검증을 하겠다던 의원들의 다짐이 공염불이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증인들을 상대로 △몰아세우기 △자기 말만 반복하기 △막말하기 등을 하는 의원들의 ‘막가파식’ 행태도 여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달 27일 교문위 국감에서 미르재단과 관련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문제 있어요, 없어요”, “봐준 겁니까”, “책임질 겁니까” 등을 수차례 반복하며 제대로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이 6일 교문위 국감에서 “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공개 입찰하지 않았느냐”고 조희연 교육감을 질타하다 구설에 오른 것도 상대 해명은 듣지도 않고 자기주장만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미방위 소속 의원 24명 중 21명은 4번의 국감에서 1회 이상 고성을 지르거나 막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국감에 매년 혈세 10억 원 넘게 들어

 전체 16개 상임위에서 여당의 보이콧, 여야 간 증인 채택 갈등 등의 이유로 파행된 횟수는 7일까지 27회나 됐다. 상임위별로는 법제사법위 정무위 기획재정위 안정행정위가 4회로 가장 많았고 교문위(3회)가 뒤를 이었다.

 국감이 파행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에 필요한 비용은 매년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사무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 등 명목으로 국감에 투입된 비용은 △2013년 12억3755만 원 △2014년 11억4483만 원 △2015년 13억5020만 원이었다. 상임위별로는 해외 공관을 방문해 국감을 하는 외교통일위가 매년 총비용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억 원가량을 지출해 가장 많았다. 상습적인 파행으로 18대부터 줄곧 ‘불량 상임위’로 불렸던 교문위는 지난해 전체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9128만 원을 지출해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상임위로 드러났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국민 혈세가 적지 않게 투입되는 국감에서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려면 피감기관의 성실한 답변, 국민의 날카로운 감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의원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송찬욱 기자
#증인#국감#교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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