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교체 넘어 경제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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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모임, 사실상 대선 출정식

‘정책공간 국민성장’ 400명 참석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윤제 소장, 문 전
 대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한완상 전 한성대 총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책공간 국민성장’ 400명 참석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윤제 소장, 문 전 대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한완상 전 한성대 총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넘어 ‘경제교체’를 이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6일 ‘경제교체’ 프레임을 꺼내 들며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직면한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를 살릴 자신이 있다”며 ‘경제를 살리는 리더’ 이미지를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변명의 여지없는 최악의 실패”라며 “대한민국 굴욕의 10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두 정부의 실패에 기대어 그 반사이익으로 정권을 잡겠다고 생각한다면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정권심판론이 아니라 문재인만의 경제 비전으로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아동수당 도입, 혁신도시 ‘시즌2’ 추진, 신혼부부 반값 임대주택 제공 등 구체적인 대선공약도 제시했다.

 그는 “경제교체를 통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을 국가나 기업에서 국민 개인과 가계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국민성장’ 개념에 대해서도 “개인의 삶이 나아지는, 정의로운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세상이 확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드려야 한다. 제가 반드시 그렇게 해내겠다”며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1만 자가 넘는 연설문에서 ‘경제’를 38회나 언급할 정도로 경제 이슈를 강조했지만 ‘경제민주화’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가 더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의 상징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헌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문 전 대표 측은 “경제에 중심을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대표와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주도하는 개헌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개헌 선거’로 치르려는 기류에 맞서 ‘경제 선거’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이날 연설과 관련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성장’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말은 거창하게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경제민주화가 성장에 지장을 주는 의미가 아니다”며 “그간 나왔던 이야기들을 종합한 것이라 핵심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500여 명에 육박하는 싱크탱크 구성에 대해서도 “눈에 띄는 사람은 (연구소장을 맡은) 조윤제 서강대 교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정치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대세론’을 이어가려는 문 전 대표와 개헌을 통한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는 김 전 대표의 엇갈린 이해관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문 전 대표의 행사를 두고 “지난 총선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은퇴하겠다’고 했던 분께서 싱크탱크로 세를 과시하면서 대선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본인의 말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20세기식 ‘식언 정치’”라고 비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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