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지도 짚어가며 “전자파 우려하는게 이상할 정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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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후폭풍]
“사드-패트리엇 역할분담 효과적… 지역 할애해준 주민에 보답할것”
朴대통령 국론 결집 호소했지만 先결정 後설득, 위안부합의 닮은꼴
황교안 총리 6월말 시진핑 만났을때 배치 확정 안 알린것도 ‘외교 미숙’

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후폭풍을 논의하기 위해 14일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장. 박근혜 대통령의 자리 옆엔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개념도’가 놓여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며 강한 어조로 정쟁 중단을 요구한 뒤 지도를 짚어 가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참석을 위해 이날 몽골로 출국하기에 앞서 사드 관련 갈등 확산을 막고 국론 결집을 호소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 직접 나선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은 NSC 회의를 주재하면서 “수도권을 공격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비행 고도가 낮고 비행시간이 짧기 때문에 사드보다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가장 적합한 대응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어 개념도를 가리키며 “(지금은) 패트리엇만으로 주요 공항 등 핵심시설 위주로 방어하고 있어서 국민의 안전 확보가 안 되는 지역이 많다”며 “사드가 성주 기지에 배치되면 중부 이남 대부분을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정쟁이 나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여야 지도부를 포함해서 의원들의 관심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면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한 협력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사드 배치를 논의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지적에는 “위중한 사안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몸을 낮췄다.

박 대통령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 논란에 대해서도 “레이더는 마을보다 400m 높은 곳에 위치하고 그곳에서도 5도 각도 위로 발사가 되기 때문에 지상 약 700m 위로 전자파가 지나가게 된다”며 “그 아래 지역은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는, 오히려 우려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안전한 지역”이라고 역설했다. 또 “국가 안보를 위해 지역을 할애해 준 (성주) 주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며 보상책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했다.

○ 선제적 설명과 설득은 왜 못 하나

박 대통령까지 설득에 나섰지만 안보 당국이 사드 문제를 결정하고 이를 설명해 온 방식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 부처의 중견 공무원은 “마치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격 합의하고 ‘결정됐으니 받아들이라’고 한 방식과 닮았다”고 말했다. 당사자를 사전에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도 위안부 해결 과정과 비슷하다.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이후 정부가 ‘대북 압박외교’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을 때 사드 도입은 기정사실화됐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날 ‘사드 배치 논의 공식화’를 발표했고, 지난달 22일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자 이달 8일 ‘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2년 동안 ‘3No(요청도, 협의도, 결론도 없었다)’라는 말로 시간을 끌던 한미 당국은 5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배치 장소까지 결정했다. ‘3No=낮은 사드 도입 가능성’이라고 인식했던 여론이 끓고 있는 이유다.

○ 주변국 설득도 문제

주변국 설득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달 26∼30일 닷새간 중국을 공식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부터 ‘사드 반대’ 얘기를 듣고도 이렇다 할 대응이나 설명을 하지 못했다. 6월 말 사드에 대한 정부 방침이 확정된 만큼 황 총리가 직접 시 주석에게 설명하거나 차라리 방중을 미루는 게 나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총리는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사드 포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추가 배치 여부에 대해선 “예산 측면도 있고 미국과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3일(현지 시간) 한반도 내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의 의무”라고 밝혔다. 그는 한 토론회에서 “미국은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4일 몽골에 도착해 ASEM 및 몽골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측 참석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양자회담 계획은 없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조숭호 shcho@donga.com·장택동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박근혜#사드#전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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