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하늘 향하는데도… “읍내 내리쬘것” 악의적 사실 왜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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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후폭풍]인터넷서 허무맹랑 괴담 기승

경북 성주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이를 둘러싼 각종 괴담이 인터넷 공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관련 정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런 게시물들은 인터넷 공간의 확산성에 힘입어 전방위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칫 사드 배치를 둘러싼 건전한 논쟁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 14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사드가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사드 체계에 포함되는 레이더가 발생시키는 전자파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같은 괴담은 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채널, 정치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13일 ‘사드가 배치될 성주 위성사진’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 담긴 성주 위성사진은 사드 배치 위치와 성주읍이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이로 인해 성주읍 전체가 전자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는 수평 또는 아래를 향하지 않고 최소 5도가량 위를 향하게 된다. 여기에 성주읍 성산리의 방공포대가 해발 약 400m에 있는 걸 감안하면 성주읍이 전자파를 직접 맞게 될 일은 없다. 실제로 레이더를 기준으로 약 2.4km 떨어진 곳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계산상 해발 약 600m까지는 안전구역으로 분류된다. 이런 사실을 일부 누리꾼이 지적했지만 해당 게시물은 25분 만에 ‘베스트게시물’로 등록됐다. 이후 이 글을 그대로 옮긴 또 다른 게시물이 주요 커뮤니티로 옮겨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는 참외와 미사일 그림을 합친 ‘성주 참외 사드세요’라는 게시물이 떠돌았다. 그림을 보면 참외 사진이 있는 왼편에는 평화로운 밭이 그려져 있지만 반대편에는 미사일에 폭격당하는 도시의 사진이 그려져 있다. 사드가 참외 농가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며 전쟁 위협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의견이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식품공학부)는 “어느 정도 미미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현재 배치가 결정된 위치와 고도, 참외 농가의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참외 재배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를 맞으면 암에 걸린다는 정보도 과장된 채 퍼지고 있다. 지난주 보건의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지적이 지나치게 확장된 것이다. 사드에 쓰이는 레이더 전자파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로부터 2B 등급(인체 발암 가능 물질)의 발암 물질로 등록된 것은 맞다. 하지만 2B 등급에는 전자파 외에도 가솔린 엔진 배기가스 등 280종이 넘는 물질이 포함돼 있어 치명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언론 보도를 잘못 이해해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모습도 보였다. 13일 한 종합편성채널이 일본 사드 기지 인근 주민들이 소음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하자 이를 인용한 일부 누리꾼들이 ‘유해성이 없다는 정부의 말이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일부 인터넷 언론도 이런 주장을 그대로 전하면서 오해가 깊어지는 상황. 국방부가 14일 “일본 기지는 발전기를 쓰기 때문에 소음이 있지만 성주 포대는 평소 한국전력이 공급하는 전기를 쓰기 때문에 소음 문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유해성 논란은 계속해서 번져 나갔다.

이 같은 게시물은 법적 처벌은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허위 글 처벌 조항의 경우 미네르바 사건 이후 위헌으로 사라져 처벌 조항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사드를 둘러싼 더 이상의 괴담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국방부와 청와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방부와 청와대가 잇따른 의문에도 “100m 바깥에서는 안전하다”는 원칙만 반복해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는 분석이다. 이런 괴담이 퍼지는 배경에 정부와 국방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도 비슷한 맥락이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14일 “사드 괴담을 탓하기에 앞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고 논평했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사드 괴담을 둘러싼 정부의 대처는 낙제점에 가깝다”며 “무작정 ‘괜찮다’고만 하는 게 아니라 더욱 구체적인 데이터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괴담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서형석·김동혁 기자
#사드#전자파#인터넷#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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