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정신 비웃고 교육정책 신뢰도 추락시킨 나향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0시 00분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출석 여부를 놓고 어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중단됐다 속개되는 파행이 벌어졌다. 오전에 불출석했던 나 기획관은 의원들의 거센 요구로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급하게 서울로 돌아와 “영화에 나온 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음과 과로 상태였다”는 변명을 붙인 것을 보면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고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사과하고 엄중한 조치를 다짐했다. 이 정도로 국민적 공분(公憤)이 가라앉을지 모르겠다.

나 기획관의 발언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도 모르는 망발이다. 여야 의원들도 일제히 나 기획관의 파면과 해임을 포함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개돼지 취급받은 국민들의 심정은 어떡하냐”면서 “나 기획관 발언은 반(反)헌법적, 반교육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장우 의원도 “여야가 엄중하게 고위 공직자 처신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기획관은 대학구조개편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핵심 정책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요직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일수록 교육공무원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놓을 교육정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교육부 고위 공직자가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했다니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들고 공무원의 자질과 인성까지 의심케 한다.

최근 국가장학금 수조 원을 관리하는 한국장학재단(차관급) 안양옥 이사장이 “빚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을 한다”는 발언으로 분노를 샀다. 막대한 교육예산을 쥐고 있는 교육공무원들이 평소 얼마나 교육계와 국민을 깔보는 특권의식에 젖어 있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꼬리를 무는 것인가.

현재 인터넷에서는 “나도 개돼지다”라며 나 기획관 파면요구 서명이 확산되고 있다.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들은 흙수저 금수저를 들먹이며 가슴을 친다. 이런 시기에 나온 나 기획관의 폭언은 우리 사회의 안정을 뒤흔들 만큼 인화성이 높다. 국민의 분노를 달래고, 교육현장에서 군림하며 갑질을 해온 교육부 공무원들의 자질을 높일 획기적 방안을 내놓을 자신이 없다면 이 부총리도 책임을 져야 한다.
#나향욱#개돼지 발언#기획관 파면요구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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