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평가항목-배점 비공개로 논란 자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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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 갈등]입지 선정 용역보고서 24일까지 제출… 갈등의 쟁점은

입지는 고사하고 이름조차 합의되지 않았다. 정부 공식 명칭은 ‘영남권 신공항’이지만 ‘남부권’(대구·경북·경남·울산), ‘동남권’(부산) 등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모두들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돼야 할 평가항목과 항목별 배점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양쪽 모두 유불리를 따져 억측만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결과 발표 이후에도 평가의 공정성을 놓고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용역 결과 발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짚어봤다.

Q. 공항의 입지를 평가하는 기준은….


A. 국제적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의 기준을 많이 활용한다. ICAO는 장애물, 공역(空域), 기상, 접근성, 환경, 개발계획, 확장성, 지형지물, 공공지원시설 등 9개를 입지평가 기준으로 제시한다. 여기에 사업비 등 경제성을 함께 고려한다. 신공항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측도 세계 12개 공항평가 사례를 검토한 결과 공항 운영(기상 관제 장애물 등), 후보지 여건(시장성 확장성 접근성 등), 사회·환경(소음 지역경제효과 환경성 등), 비용, 사업 추진 용이성 등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30여 개의 세부항목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Q. 고정 장애물이 평가항목에서 빠진 게 논란이 되고 있다는데….

A.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 측은 지난달 25일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산악지형 등 고정 장애물이 개별 평가항목에서 없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덕도의 가장 큰 장점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산을 깎아야 하는 밀양이 유리하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 조사는 ADPi에 모두 일임한 상태”라면서도 “입지평가 항목에서 고정 장애물을 뺐다는 것은 부산 측의 일방적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Q. ‘항공학적 검토’는 왜 문제가 되고 있나.

A.
밀양을 지지하는 측에서 평가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한 사항이다. 항공학적 검토(항공기 운항 타당성 검토)는 장애물뿐 아니라 공항에서 항공기가 들고 날 때 발생 가능한 모든 안전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27개 봉우리를 깎아야 한다는 5년 전 평가와 달리 4개만 깎으면 되고 결과적으로 경제성도 개선된다고 밀양 측은 주장한다.

Q. 평가항목을 두고 갈등이 많은 이유는 뭔가.


A. 결국엔 항목별 가중치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 때는 경제성이 30% 반영됐는데, 5년 전 동남권 신공항 평가엔 40%가 반영됐다. 결국 밀양이 39.9점, 가덕도는 38.3점을 받아 합격점(50점)에 못 미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줬다. 5년 전 평가에서 밀양이 가덕도보다 근소하게 앞섰지만 항목별 배점을 약간만 달리해도 결과가 바뀔 수 있다. 밀양 측은 접근성과 공역, 가덕도는 장애물과 소음 등 저마다 유리한 부분에 대해 배점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국내 기관은 믿을 수 없다”며 외국 업체에 용역을 일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Q. 5년 전 백지화된 사업을 왜 다시 추진하나.

A. 정부는 2011년 3월 밀양, 가덕도 모두 환경 문제, 사업비 과다 등으로 공항 후보지로 적합하지 않다며 사업 백지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014년에는 김해공항의 항공 수요가 급증해 2023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수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년 전 예상 건설비용이 10조 원 안팎에 달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밀양 측은 ‘항공학적 검토’를 통해 4조6000억 원으로, 부산 측은 활주로를 2개에서 1개로 줄여 5조9000억 원으로 예상 공사비를 낮춰 각각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공항 건설이 필요한지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히 나온다.

Q. 향후 일정은….

A.
24일이 용역 제출 마감일이다. 국토부는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ADPi와 공동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입지가 확정되면 내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와 2018년 기본계획 수립, 2019년 설계 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2020년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입지 선정 결과에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커지면 추진 일정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밀양=강정훈 기자 / 부산=조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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