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우산 경호’ 속 참배… ‘2野 반목’ 드러낸 봉하마을

  • 동아일보

노무현 前대통령 7주기 추도식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장에 권양숙 
여사(앞줄 문 전 대표 오른쪽)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이날 추도식에서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왜 왔느냐”며 거센 항의를 받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아래 사진)가 추도식이 끝난 뒤 물세례 등을 우려해 우산을 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김해=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장에 권양숙 여사(앞줄 문 전 대표 오른쪽)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이날 추도식에서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왜 왔느냐”며 거센 항의를 받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아래 사진)가 추도식이 끝난 뒤 물세례 등을 우려해 우산을 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김해=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두 대통령을 잇겠다면서 서로 갈등하고 있는 지금, 우리들이 그 뜻을 이어갈 수 있겠나. 우리가 반목한다면 뜻을 잇는 것이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렸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 추도사에서 국민통합을 진보 정권 10년의 핵심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날 시민 6000여 명과 야권 당선자 120여 명이 모인 봉하마을은 갈라진 야권의 반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행사가 시작되기 30여 분 전.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가 도착하자 일부 참석자가 이들을 에워싼 채 “전라도나 가라” “안철수 물러가라” 등을 외쳤다. 항공편으로 상경한 안 대표는 김포공항에서 기자들이 ‘힘든 하루를 보낸 것 같다’고 하자 “안 힘들었는데요. 더워서 힘들었나? 올여름은 진짜 더울 것 같다”고 했다.

행사가 끝난 후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할 때는 경찰 인력이 우산을 펼쳐 든 채 국민의당 지도부를 경호했다. 지난해 추도식에서 비노(비노무현)계인 김한길 의원이 친노(친노무현) 지지자에게 물병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국민의당 지도부가 묘역을 참배하는 내내 참석자들은 묘역 바깥에서 “안철수는 철수하라”는 등 험한 말을 쏟아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더민주당 김경수 당선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이 다른 분이 오더라도 최대한 정중히 맞아 달라”고 미리 당부하고, 국민의당 지도부와 동행까지 했지만 소용없었다.

친노-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환대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파이팅!”을 연호했다. 문 전 대표와 함께 친노 진영 양대 축으로 부상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묘역 참배 후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이동할 때 일부 시민은 “안희정 대통령!”을 외쳤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표창원 손혜원 당선자 등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열렬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해서는 침묵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은 김 대표를 향해 “이해찬을 복당시켜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는 이날 유족 대표 인사말에서 참석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노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현황만 짧게 전했을 뿐 정치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건호 씨는 지난해 추도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 면전에서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반성도 안 했다”고 공격해 논란이 됐다. 올해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여당을 대표해 참석했다. 다만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의원이 인사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금강산 관광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중단시켰고 노 전 대통령이 건립한 개성공단을 박근혜 정부가 폐쇄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여당 측 참석자인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정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추도식을 마치고 야권 3당 지도부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20여 분간 만났다. 더민주당 김 대표와 국민의당 안 대표는 권 여사의 입장을 기다리며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상경 시간을 묻는 짤막한 대화만 오갔다. 권 여사는 정치적 언급 없이 사저 개방 등에 대해 환담을 나눈 뒤 마당으로 나가 야권 당선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지고 여러분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격려했다. 문 전 대표는 권 여사 예방에 참석하지 않고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친노’라는 말로 그분(노 전 대통령)을 현실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해=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안철수#봉하마을#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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