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겠다” 문재인 “좋은 후배와 경쟁하면 영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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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국회서 대권도전 시사
문재인, 강연정치 재개하며 화답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신경전이 노골화하고 있다. 안 지사가 20일 “(대선을 대비해) 열심히 훈련해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겠다”고 하자 문 전 대표는 “좋은 후배와 경쟁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답했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두 사람이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야권은 물론 내년 대선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이날 총선 당선자 초청 정책설명회 참석차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내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시대와 때가 정하는 일이라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고 그래야겠다”고 말했다. 현재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를 선발투수에 비유하면서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자신이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안 지사는 또 “시대의 요구가 있을 때, 준비가 안 된 건 군대조직으로 치면 장수의 문제”라며 “부름에 응답하지 못하는 건 가장 큰 죄”라고 했다.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계속 (문 전 대표를) 응원할지, 아니면 슛을 하기 위해 (내가) 뛰어야 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고 했던 안 지사가 연일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행보에 대해 “그만큼 우리 정치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를 치켜세우면서도 대선 후보 자리를 둘러싼 경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끝까지 출마를 고집한다면 친노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이어 안 지사까지 가세하면서 문 전 대표의 후보 직행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20일 고려대 노동대학원이 주관하는 ‘제3회 KU 노사정 포럼’에서 ‘포용적 성장과 노동, 그리고 일자리’를 주제로 강연했다. 문 전 대표가 강연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광주 조선대 강연 이후 6개월여 만이다.

강연에서 문 전 대표는 포용적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법을 설명하며 “소방 경찰 등 공공안전 분야의 일자리 확대를 통해 삶의 질 상승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문 전 대표는 강연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패’를 여당의 4·13총선 패배의 요인으로 꼽았다”며 “저출산 문제, 남북 관계, 청년 일자리 등 경제와 노동 분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안희정#문재인#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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