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내용 손대고 툭하면 보류 ‘사실상 상원 행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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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도 구조조정을]<2>법사위 월권 방지 논의 본격화

국회 파행의 중심에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월권(越權)’이 자주 등장한다. 이 때문에 법사위의 ‘비대한’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달라진 정치 지형으로 인해 20대 국회에서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 구성 협상에서 상임위 개편과 함께 법사위 역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권한이 한층 강화돼 법안 처리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는 법사위의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법사위 권한 조정과 함께 예결위 상설화 등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개혁 과제”라고 말했다.

국회법 제86조 1항은 “위원회에서 법률안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사위 심사는 단순히 자구 검토나 법리적 검토에 그치지 않고 있다. 다른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법사위가 본회의 상정을 막아도 마땅히 견제 장치가 없다. 19대 국회에서 ‘법사위 월권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한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입법의 비효율을 초래할 뿐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법률안 심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주장했다. ‘법사위는 상원, 법사위원장은 상원의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3일 법사위 전체회의는 담뱃갑에 ‘흡연 폐해’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침해’를 이유로 처리를 보류했다. 수개월의 심사와 검토 끝에 여야 합의로 법안을 넘긴 보건복지위는 강력히 반발했다. 비슷한 이유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014년 4월 “법사위의 월권을 중단하라”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고, 의원들은 앞다퉈 ‘법사위 월권방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4·13총선이 몰고 온 ‘여소야대’의 지형이 변수다. 제1당이 된 더민주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고, 야당이 맡아 왔던 법사위원장 자리가 새누리당에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수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법사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는 새누리당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굳이 (국회법을) 고치지 않더라도 이미 다 법사위 내에서 해결돼 왔다”고 말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당의 유불리를 따지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며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라는 국민의 바람을 받들어 국회 제도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법사위 문제를 포함해 여야가 주고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 기자
#상임위#국회#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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