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돕던 조선족 목사 피살… 北 소행說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30일 北中접경지역서 숨진채 발견… 北에 비밀 교회조직 만들어 운영
대북소식통 “北 보위부원이 살해”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지린(吉林) 성 창바이(長白) 현에서 조선족 목사가 숨진 채 발견돼 현지 공안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목사가 1993년부터 창바이 현에서 탈북자 구호활동을 해왔으며 피살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연관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북-중 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지난해 초에도 지린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허룽(和龍) 시에서 국경을 넘어온 북한 병사에 의해 조선족 주민 4명이 살해돼 중국이 북한에 항의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창바이 현 장백교회의 한충렬 목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8시경 외곽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중국 공안은 한 목사의 시신을 수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 목사는 이날 오후 지인의 전화를 받고 급히 나갔다가 오후 5시 예배가 시작됐는데도 교회에 나타나지 않아 가족들이 공안에 실종 신고를 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30일 오후 3, 4시경 현장 근처에서 두 명의 남자가 한 목사로 추정되는 남자를 만나는 것을 봤으며 남자 2명은 후에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을 본 목격자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만난 남성은 숨진 한 목사로 추정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한 목사가 30일 오후 2시경 창바이 현 18다오커우(道口)의 사형장 근처에서 살해당한 뒤 야산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보위부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 목사를 살해하고 그의 소지품을 모두 가져갔다”고 말했다. 한 목사의 목에는 예리한 칼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인권운동가 A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살인 사건이 아니고 북한에 비밀 교회 조직을 운영해오던 인물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찍어서 살해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소행 여부를 확인 중으로 북한 보위부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최근 163개 재외공관에 전문을 보내 북한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현지 선교사 등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 주의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달 중국 북한 식당 종업원이 집단 탈출해 한국에 들어온 이후 북측이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에 대한 사진 촬영에 나선 데다 납치·테러 위험을 경고하는 첩보가 입수된 데 따른 것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윤완준 기자
#북한#탈북자#조선족#목사#피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