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메시지만 낭독한 北이수용의 ‘유엔 4박5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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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들 질문엔 대꾸 안해… 베이징 대신 두바이 경유해 北으로

북한 이수용 외무상(사진)의 뉴욕 방문 4박 5일(20∼24일)은 철저히 미국을 겨냥한 외교 행보였다는 해석이 많다. 24일 복수의 유엔 소식통은 “처음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정상 국가의 면모를 보여주려고 파리 기후변화협정 서명식(22일)에 참석한다’고 생각했는데 방문기간 발언과 행동을 보면 ‘미국 땅에서 직접 대미(對美)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목적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 외무상은 뉴욕에 있는 동안 공항이나 숙소 호텔, 유엔본부에서 마주친 한국 기자들의 질문 공세엔 단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이런 이 외무상은 21일 ‘2030 지속가능 개발목표(SDG) 고위급회의’에서 “미국을 향한 대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미국의 핵 위협에 우리(북한)의 핵으로 대응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선 “미국이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도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뉴욕의 한 소식통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 몇 시간 뒤 이뤄진 이 인터뷰는 AP통신 평양지국을 통해 사전 협의한 뒤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외무상의 뉴욕 행보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모두 미국 탓인 만큼 미국이 먼저 해결 의지를 보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 외무상이 뉴욕 방문에서 간편한 베이징∼뉴욕 직항 편을 놔두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중동 쪽으로 멀리 돌아가는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UAE는 중동 교통의 요지인 데다 북한 식당을 운영하며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과 돈독한 우방국 가운데 하나”라며 “중동 인력 송출의 거점 역할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은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에 동의하고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한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중국 국적기를 사용하는 대신 두바이까지 둘러가는 불편을 감수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조숭호 기자
#이수용#뉴욕#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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