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내영]與小野大 3당 체제의 도전과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13총선에서 성난 민심은 정부와 여당의 무능과 오만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리고 제1당의 지위를 빼앗았다. 그 결과 16년 만의 여소야대, 20년 만의 3당 체제가 형성되었다. 여소야대 구도와 3당의 의석이 절묘하게 배분된 의회권력의 분점 상황은 여야 모두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다. 우선 여소야대로 인해 정부 여당은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 반면 야당에는 기회가 열렸다. 또한 3당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단독으로는 주도권을 가질 수 없는 3당 체제에서 국회 운영과 여야 관계에서 새로운 협력과 경쟁의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여소야대 구도에서 국회권력을 장악한 야당들이 견제에 나서면 박근혜 정부는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4대 구조개혁을 포함한 시급한 국정 과제들이 표류하게 되고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국정 동력을 유지하는 해법은 야당의 협력을 얻는 것이다. 적대적 대결이 일상화한 양당 체제에서는 야당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새로운 3당 체제에서는 가능해졌다. 이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정부의 국정 운영에 협력할 의사를 공표했다.

그러나 관건은 정부 여당이 야당을 설득해서 협력을 얻어낼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우선 새누리당 내부를 보면 총선 이후 당 지도부가 와해된 가운데 당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더구나 총선 책임을 둘러싼 논란과 당권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새누리당이 야당과의 협력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야당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치 스타일을 바꾸고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불어 대통령이 민심 이반과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의 교체를 포함한 대폭적인 국정 쇄신 의지를 보여 야당이 협조할 명분과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국정 실패의 책임을 국회에 돌리고 야당 심판을 주장해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공안·사정정국을 조성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 국정 마비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2004년 탄핵정국 이후의 총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을 천막 당사에서 이끌면서 위기를 극복한 경험과 결기를 가진 지도자이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선거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 과감한 국정 쇄신에 나서고, 더불어 야당 대표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한편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현되려면 국회 다수를 장악한 야당들이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사건건 대안도 없이 여당의 발목을 잡는 행태를 버리고 정부 여당을 견제하면서도 정책에 따라 협조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물론 야당의 협력을 얻어내려면 정부 여당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순리이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절박한 쪽은 정부 여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소극적이어도 야당들이 대화와 협력을 주도하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국민의당이 민생경제법과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연계 처리하는 임시국회를 제안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제안을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3당 체제가 형성된 이번 총선 결과에는 대화와 협력의 정치가 복원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가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총선 민의에 정당들이 어떻게 응답하는가에 따라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고, 차기 대권의 향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총선#여소야대#대통령#국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