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의석 늘어났다고 다시 패거리 싸움땐 공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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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4·13표심/더민주]김종인 비대위 대표 인터뷰

당선 축하 어부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에 앞서 야권 불모지인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된 전현희 당선자를 업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밤 총선 개표 도중 전 당선자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기면 업어줘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일보 제공
당선 축하 어부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에 앞서 야권 불모지인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된 전현희 당선자를 업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밤 총선 개표 도중 전 당선자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기면 업어줘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일보 제공
“(4·13총선으로) 의석수가 많아졌다고, 오만해 가지고 다시 분열돼서 옛날식으로 싸우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렇게 되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14일 만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총선 승리의 기쁨 대신 ‘과거로의 회귀’를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국민의 정체성에 맞게 당이 모습을 바꿔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집권할 수 있는 당으로 영원히 탈바꿈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수도권 압승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의석수가) 나왔다”며 “(더민주당의) ‘경제심판론’에 대한 유권자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선거 전 새누리당이 ‘180석, 200석을 얻는다’고 했다”며 “하지만 지금 경제 상황은 집권당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렇게 공상적인 숫자를 가지고 선거에 임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선전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수도권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지역구 후보는 2번을 찍고, 정당투표는 3번을 찍는 교차투표를 많이 한 것 같다”고만 했다. 이어 “국민의당 수도권 후보 중에 김성식 후보(서울 관악갑)만큼 훌륭한 사람이 없으니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김 후보를) 뽑아준 것”이라며 “나머지는 모두 더민주당 파괴용으로 출마한 사람들 아닌가. 더민주당 후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니 당선이 안 된 것”이라고 했다.

호남에서의 참패에 대해 그는 “(당에 대한) 호남의 감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당의 모습을 바꿔 보려 노력했지만 중앙위원회에서 싸움판이 벌어지니 호남 민심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은 지난달 20일 비대위가 정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대해 중앙위에서 일부 친노(친노무현)·86그룹이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그는 “그 일이 아니었다면 호남에서 몇 석을 더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앙위가 마치 특정 패거리가 마음대로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야권 통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그거(야권 통합)는 미리 할 얘기가 아니다. 시간이 가면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상투적으로 우리나라에선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이야기가 뭐 야권 통합, 무슨 후보 단일화 이런 이야기 아니냐”고 했다.

여당과 청와대의 ‘반전 카드’에 대해 그는 “인물도 그렇고, 정책으로도 반전을 꾀할 만한 카드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경제 논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우리 당이 국회에서 여당에 대한 비판도 하겠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금의 경제 운용 방식과 확실히 다른 방식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당권 경쟁에 대해 “비대위를 만들었으면 비대위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원칙이지, 자꾸 엉뚱한 당의 종전 관행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면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선거가 끝났지만 당분간 전권을 쥐고 당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개최까지) 두 달이 걸릴지, 석 달이 걸릴지 모르지만 하긴 할 것”이라며 “전대 할 때까지는 내 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자신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내가 할 거냐고? 내가 ‘진짜 이 사람은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할 만한 사람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지 않나”라며 “금년 늦가을쯤 가면 대략 윤곽이 나타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총선#김종인#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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