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하루 전 대통령은 구두 개입, 서울시장은 현금 개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3일 00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을 하루 앞둔 어제 국무회의에서 19대 국회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법안의 처리를 늦추고 막았다면서 ‘국회’를 13차례나 언급하며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와 경제 여건 악화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만 한다”며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표를 찍으라는 쪽은 누가 봐도 여당 후보들일 것이다. 19대 국회가 경제살리기 법안의 발목을 잡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에는 공감할 국민도 많지만 그렇다고 정부여당이 잘한 것도 없다.

박 대통령의 끊임없는 ‘국회 심판론’은 국가 최고지도자가 집권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자임할 요량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발언이다.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킬 수 있음에도 같은 발언을 또 한 것은 보수층의 결집을 위해서일 것이다. 야당에서 “최악의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할 만하다.

‘서울 공화국’의 최고지도자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제 미취업 저소득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간 월 50만 원씩 주는 청년수당 정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인 상태에서 7∼12월 예산 9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전격 발표한 것은 서울시가 더민주당 후보들을 위해 현금을 살포하는 것과 다름없다. 새누리당이 “막판 포퓰리즘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다.

박 시장은 그제 측근인 기동민, 천준호 후보의 지역구 방문은 물론이고 12일에도 현장 시찰 명목으로 더민주당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속 보이는 언행을 지켜본 유권자들이 속을 끓이며 혀를 차고 있다.
#박근혜#국회#박원순#서울시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