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해외식당 정리 나서… 中옌지 파견 종업원 모두 송환할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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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北 김정은 체제]
中닝보 北종업원 집단망명 파장

7일 한국에 입국한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은 함께 탈출을 상의하던 또 다른 종업원들이 최근 탈출하지 않겠다고 돌아서자 북한 당국에 발각될 것을 우려해 5일 긴급 탈출한 뒤 한국 정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들의 신변 위험을 감안해 북한 당국의 추적을 피해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국내로 데려왔다. 이들이 비행기로 경유한 태국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탈북자의 한국 입국에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난해까지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지자 북한 당국은 옌지에 파견된 다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을 모두 철수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국 현지 소식통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옌지의 류경식당과 H호텔 7층의 식당, 민속거리의 모 식당 등에 파견돼 근무하는 북한 종업원이 60여 명에 이른다”며 “북한 당국이 종업원들을 조만간 철수시킬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옌지 류경식당 출신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하자 먼저 옌지 지역 북한 식당 종업원들부터 철수시키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옌지보다 (북-중) 변경(국경)에 가까운 투먼(圖們) 훈춘(琿春) 등 북한 식당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옌지 류경식당에 근무했던 13명은 지난해 말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으로 옮겨 왔다. 이들 외에도 5명의 종업원이 더 있었다고 한다. 13명은 지난해부터 6개월∼1년간 이들과 탈출을 상의했다. 해외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TV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접한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탈출을 논의했던 일부가 최근 “우리는 남겠다. 탈출하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꾸자 13명은 급속도로 위기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탈출 계획을 알고 있는 이들이 북한 당국에 밀고하면 국가안전보위부에 체포된 뒤 압송돼 처벌받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들은 5일 식당을 급하게 탈출해 한국 정부 당국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일로는 평양에 돌아가도 문제가 없을 특권층 신분이었지만 탈출 계획 발각에 따른 신변 위험 우려가 전격적인 탈출의 계기가 된 것이다.

서너 명씩 조를 이뤄 서로 감시하도록 돼 있는 구조에서 13명이 함께 탈출한 것은 그만큼 평양 압송에 대한 공포가 컸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전문가는 “남성 지배인이 이들을 감시하던 국가안전보위부 관계자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위부 관계자가 탈출 모의에 가담한 덕에 1차적인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 다음 달 5차 당 대회를 앞두고 체제 결속을 강조하던 차에 벌어진 이 사건으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출 당시 이들이 합법적인 여권을 갖고 출국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공안 부문에 확인한 결과 이들(북한 종업원들)이 합법적인 신분증을 갖고 6일 새벽 중국에서 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에 도착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북한종업원#해외식당#집단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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