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친김종인 그룹’ 꿈틀… 구원투수가 붙박이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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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26/야권 소용돌이]‘올드 친노’ 와해로 세력구도 요동

4·13총선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세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구도는 사실상 와해됐다. ‘올드 친노’의 공천 배제(컷오프)가 이어지면서 친노의 한 축은 무너졌고, 대거 탈당으로 비노 진영도 소멸하고 있다.

총선에서 더민주당이 현재(17일) 의석 105석 이상을 획득한다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총선 이후 더민주당은 친김(친김종인)과 친문(친문재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 친김 등장

김 대표는 1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 결과 현재 의석 이상 얻지 못하면 당을 떠나겠다고 했다. 역으로 그 이상을 얻으면 당에서 자신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비대위원인 이용섭 전 의원도 1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본인이 원하면 전당대회를 나갈 수 있고 당원들의 신임을 받으면 대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를 ‘총선용 구원투수’쯤으로 생각하던 당내 인식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현재 비대위 및 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과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친김 진영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년 넘게 친분 관계를 유지해온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이 전 의원, 변재일 박범계 의원 등이다. 양승조 우원식 의원의 합류도 점쳐진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가 당에 들어올 때 같이 일할 만한 사람으로 양, 우 의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음 주 공개될 비례대표 후보도 ‘친김’의 주력 부대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선정과 관련된 당규, 시행세칙을 개정해 사실상 전권을 쥐었다. 주진형 총선공약부단장, 손혜원 홍보위원장, 이수혁 전 6자회담 대사 등이 김 대표의 조력자로 거론된다.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도 대부분 친노 인사로 채워져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대 역할을 했다. 당 관계자는 “김한길 박지원 의원의 탈당으로 구심점이 없어진 비노 의원 상당수도 김 대표 곁으로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친문 대두

이해찬 문희상 이미경 유인태 의원 등 원로 친노와 전병헌 강기정 최재성(불출마) 오영식 등 범친노 중진이 컷오프되면서 올드 친노는 사실상 무대에서 사라졌다. 친노의 분화가 불가피하다. 당내에서는 “비로소 친문이 전면에 나설 시점이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문 의원들은 대부분 살아남았고, 원외의 ‘영 친노’들도 다수가 공천을 받았다. 지난해 2·8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 문 전 대표 주변에서는 “이제는 친노 대신 친문을 앞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문 전 대표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는 친노가 친문으로 탈바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잠재적인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친안(친안희정) 진영이 본격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금은 박수현 김윤덕 의원 정도이지만 친문으로 옮겨가지 않는 친노가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6(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그룹도 이번 공천 과정에서 비교적 많이 생존했다. 이인영 우상호 유은혜 등 10여 명의 86그룹이 생환한다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결합해 친박(친박원순) 진영이 생겨날 수도 있다. 측근 그룹이 공천 과정에서 많이 탈락한 박 시장으로서는 과거 서울시장 선거를 도왔던 86그룹과 제휴하면 당내 기반이 마련된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독자적인 세력화를 꾀할 수도 있다. 반면 비노 진영은 친노의 분화와 함께 소멸하면서 주요 세력으로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크다. 호남의 구(舊)민주계도 총선 이후 야권 통합 여부에 달려 있긴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존재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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