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법률소비자연맹이 공동 분석한 결과 19대 국회에서 본회의 재석률이 75% 아래인 의원은 재적 298명 중 250명(83.9%)이었다. 산술적으로 국회의원 10명 중 8명 이상이 본회의 4번당 한 번 이상꼴로 회의 도중 ‘땡땡이’를 친 셈이다. 의원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대 국회를 ‘불량 국회’로 평가할 만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 재석률 최하위권 ‘불량’ 의원
초선 중에는 새정치연합 장하나 의원(35.5%)과 새누리당 하태경(45.0%) 문대성 의원(45.2%)이 하위 10위권에 들어갔다.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장 의원은 1년 차(41.8%·하위 11위), 2년 차(34.6%·하위 3위), 3년 차(23.7%·하위 2위)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오히려 딸을 출산(올해 2월)한 4년 차(56.4%) 재석률이 높았다. 장 의원 측은 “현장 활동가 출신으로 당을 대표해 이슈가 있는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잦았다”고 해명했다.
하 의원은 “출석이 어려울 때 국회에 청가(請暇)서를 제출해야 하는 점을 초반에 몰랐다”고 말했다. 문 의원 측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집행위원을 겸해 IOC 등 회의와 본회의 일정이 겹치는 일이 꽤 있었다”고 했다.
2년 차 재석률이 낮아 하위 5위에 오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한 탓에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 스스로 발의한 법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하기도
본회의에서 이뤄지는 법안 표결은 입법의 마지막 관문으로,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법안 표결 참여율이 50%도 안 되는 의원은 34명(11.4%)이었다.
재석률 최하위권인 정두언 의원(24.5%)과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을 제외하면 새누리당 서청원 김태호 이완구 이한구, 새정치연합 김한길 의원 등 여야 중진이 하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새정치연합 송호창 장하나 최재천 의원,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도 뒤를 이었다.
본회의 의석을 지키고 있더라도 자신이 발의한 법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의원들도 있다. 이른바 ‘당론’으로 발의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서명했지만 막판 표결에는 소신에 따라 반대표를 던진 경우인 것으로 보인다.
의원 71명은 자신이 공동 발의한 법안에, 10명은 대표 발의한 법안에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또 115명은 의석에 앉아 있으면서 공동 또는 대표 발의한 법안의 표결에 기권했다. 자신이 낸 법안이 원안으로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기권한 사례도 10건이었다. 한 의원은 “표결할 때 표결 버튼 누르는 시점을 놓쳐 기권이 됐다”고 말했다.
○ 선수 높을수록, 국회 가까울수록…
국회 본회의 재석률은 선수가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초선이 68.4%였고 △재선 63.1% △3선 59.3% △4선 58.2% △5선 이상 56.7%로 집계됐다. 모범을 보여야 할 다선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기본 의무에 소홀한 것이다.
재석률이 국회의사당과 지역구 간 거리에 반비례하는 양상도 보였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재석률이 61.8%로 가장 낮았고, 제주 의원들이 69.5%로 가장 높았다. 비수도권의 경우 △광주·전남 63.2% △부산·울산·경남 63.6% △충청 63.8% △대구·경북 64.6% △강원 65.4% △전북 65.8% 등의 순이었다.
비례대표 재석률은 지역구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해가 갈수록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개원 이후 첫해에 71.7%였던 것이 4년 차에 접어들면서 64%까지 떨어졌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역구를 노리는 비례대표의 지역행이 늘어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52명의 비례대표 중 40명 이상이 지역구 출마를 저울 중이다.
이 기간 지역구 의원의 재석률도 64.5%→63.7%→63.5%→60.9%로 계속 낮아졌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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