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자 회동, ‘교과서’로 얼굴 붉힌 108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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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여야 5자회동 성과 없어
朴 “국민통합 위해 바른 역사 필요”… 문재인 “국정화 중단, 민생 집중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22일 청와대에서 108분 동안 ‘5자 회동’을 갖고 마주 앉았지만 현안에 대한 접점은 찾지 못했다. 특히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선 뚜렷한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의문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끝냈다. 당분간 정국 경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은 7개월 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작심한 듯 박 대통령에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 달라”고 압박했다. 같은 당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정 교과서는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박 대통령도 밀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현재 역사 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이고 북한이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서술돼 있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역사 교과서 문제는) 정부에 맡기자”고 박 대통령을 엄호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11월 중순까지 비준동의하고 노동개혁 관련 법안 통과에도 협조해줄 것을 여야에 요청했다.

문 대표는 핵심 기술 이전이 어려워진 한국형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문책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문 대표가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위대 입국 허용 관련 발언을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자위대 입국 허용 여부는) 군 통수권자인 내가 결정할 문제”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5자 회동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비슷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토론 수준으로 진행이 됐지만 크게 인식을 좁히진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만난 것 같은 암담함”이라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은 23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르면 23일 열릴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의 ‘3+3’ 회동은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청와대5자회동#5자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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