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日 보수진영도 “아베담화, 사죄 담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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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소네 “韓中에 솔직한 반성을”… 보수紙 요미우리 “침략 인정해야”
日 연립여당 대표도 아베 만나 요구… 아베 “내 생각으로 담화 내고 싶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 발표를 앞두고 아베 총리 측의 도를 넘은 역사 수정주의 움직임에 일본 보수 진영이 본격적으로 견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6일 공개된 아베 담화 자문단의 최종 보고서에 사죄 권고가 빠진 것을 계기로 아베 담화 문구 조율에 막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일본 보수 본류로 평가받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97) 전 총리는 7일 자 요미우리신문에 기고문을 싣고 “(한국과 중국) 민족이 입은 상처는 3세대 100년간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1000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 말을 연상시키는 강경 발언이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한중과의 역사 문제를 둘러싼 알력에는 신중한 태도로 대해야 하며 과거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함께 언동은 대단히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중국 민족의 상처를 언급했다.

일본 최대의 발행 부수(약 956만 부)를 자랑하는 친(親)아베 성향의 보수지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자에 ‘총리도 침략을 명확하게 인정하라-과거에의 반성과 사죄는 빠뜨릴 수 없다’는 제목의 대형 사설을 게재했다. 보수 언론이 ‘사죄’ 표현을 요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군대를 보내 타국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침략’이라고 정의돼 왔다”며 “아베 담화는 역대 내각의 견해에 입각한 간접적인 표현으로라도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이 전해지는 말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을 제외한 일본의 유력지들도 아베 담화에 주변국에 대한 화해 메시지를 담으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7일 자민당 간부회의에서 아베 담화를 종전 70주년 기념일 하루 전인 1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앞서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전날 제출된 자문기구) 보고서를 충분히 숙독해 내 생각으로 담화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참고하되 그 내용에 구속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이날 밤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과거 전쟁에 대한 ‘사죄’ △‘식민지 지배’ △‘침략’ 등 무라야마 담화(전후 50년 담화)의 핵심 문구를 아베 담화에 넣을 것을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보수 진영에 이어 연립여당까지 사죄 표현 포함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아베 총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베#보수#요미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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