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귀 1년반 앞두고… 남북관계 돌파구 ‘업적 쌓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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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21일 개성공단 방문]정치권 “潘총장 대권행보 시동”

나란히 앉은 朴대통령-潘총장 19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세계교육포럼’ 개회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인천=청와대사진기자단
나란히 앉은 朴대통령-潘총장 19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세계교육포럼’ 개회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인천=청와대사진기자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머무는 시간은 2시간 안팎이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과 실질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반 총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첫 방북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반기문표 대북 프로젝트’의 시동이자 대권 초석 다지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반기문표 대북 프로젝트’ 시동

“일종의 ‘레거시 빌딩(업적 쌓기)’ 아니겠나.”

한 유엔 외교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의 이번 개성공단 방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내년 12월 퇴임 후 행보를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소식통은 “첫 한국인 유엔 수장으로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아직까지 특별히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다는 평가도 의식했을 것이고, 북한도 한 번 못 가고 임기를 끝낼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방문은 향후 ‘반기문표 대북 행보’를 본격화하려고 시동을 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하반기에 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내부에선 “북한이 인권과 인도적 지원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 반 총장의 ‘큰 방문’(평양 방문)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 총장의 방북 추진 과정도 눈길을 끈다. 반 총장 측은 유엔 채널을 통해 북한과 사전 조율을 끝낸 뒤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11일 저녁에야 반 총장의 방북 소식을 뒤늦게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의 21일 개성공단 방문에는 오준 주유엔 대사, 신동익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이강우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등 정부 고위 관계자가 대거 동행한다. 5·24조치 이후 정부 고위 관료가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하는 것이다. 북한이 고위급 인사를 개성공단에 보내 반 총장을 맞으면 남북 당국 간 접촉 기회도 마련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친서 형식의 환영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며 “단, 이번 방문에서 남북 간에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 꺼지지 않는 반기문 ‘대망론’


정치권에선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에 대해 표면적으로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내심 반 총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향후 대권 도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여권 내부에서 처음 ‘반기문 대망론’이 나온 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지난해 10월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열고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부터였다.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반 총장 쪽에서 (반 총장이) 야당 대선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밝히자 야권에서도 관심이 증폭됐다.

그동안 반 총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미국 뉴욕을 방문해 자신을 찾아오는 정치인 대부분을 만났다고 한다.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여러 비공식 경로로 전해 들으면서 물밑에선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이어왔던 셈이다. 반 총장이 꺼낸 개성공단 방문 카드를 두고 한 여권 관계자는 “아직 섣부른 평가를 내놓기는 조심스럽지만 대북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낸다면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다.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2017년 대선이 임박할 즈음 여권이나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 윤곽이 드러날 때 한 명을 택해 연대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안 jkim@donga.com·강경석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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