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형준]반성은 없이… SNS여론 방패삼은 정청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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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정치부
황형준·정치부
“‘후원금 보내겠다. 속 시원하다. 더 용기를 내라’는 격려가 많았습니다. 기죽지 않고 최전방 공격수로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11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자화자찬했다. 그는 이날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공갈’ 막말을 사과하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만류하기 위해 전남 여수를 찾았지만 주 최고위원은 만나지 못한 채 돌아왔다. 주 최고위원은 전화로 사과는 받아들였지만 “최고위원 사퇴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으로 당이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당내에선 “‘당대포(정 최고위원이 자신의 별명으로 불렀던 말)’가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오히려 트위터에 자기 자랑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 최고위원의 여수행을 설득하긴 했지만 정 최고위원이 ‘억지 춘향식 사과’만 했을 뿐 주 최고위원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그를 격려하는 댓글도 있긴 했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당 분열을 일으킨 정 최고위원에게) 격려 댓글을 다는 것 아니냐”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SNS의 왜곡된 민심을 한탄했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대정신은 SNS에 있다”며 “우리가 공략할 것은 온·오프 네트워크 정당을 통한 SNS 스마트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 최고위원의 SNS 자화자찬은 ‘SNS 민심과 당심과의 괴리’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 민심은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다” “우리랑 같이 못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들끓으면서 호남 신당 창당론에 기름을 부었고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요구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네트워크정당’을 개혁 과제로 삼은 정 최고위원은 문재인 지도부의 발목마저 잡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당대회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때마다 호남 당원 위주의 ‘당심’보다 친노(친노무현) 지지자 중심의 ‘모발심(모바일+心)’을 따랐던 새정치연합도 그간 민심을 잘못 읽은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황형준·정치부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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