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규제 안풀고 국회탓 한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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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규제개혁회의
수도권 덩어리 규제 그대로 놔둔채…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권 지자체로
의원입법 성토… 책임회피 논란

이르면 9월부터 서울 여의도 면적의 80배(233km²)에 달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서 시도지사로 이양된다. 또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2020년까지 상용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도로시험운행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된다.

정부는 6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규제 완화 방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는 1971년 그린벨트 도입 이후 유지해 왔던 중앙정부의 해제 권한을 30만 m² 이하 규모에 한해 지자체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그린벨트를 포함해 외국인 투자와 금융, 물류 등 7개 영역의 규제를 철폐하거나 간소화하기로 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숫자 중심의 규제관리에서 벗어나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핵심 분야의 규제 혁파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공언과 달리 대표적인 ‘덩어리 규제’로 지적받는 수도권 입지 규제는 이번에도 손을 대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올해 중에 해결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추진 계획은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날 규제개혁회의에서는 부실한 의원입법이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의원입법 규제는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의원발의 규제법안에 대해 사전에 검토 절차를 두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국회도 입법권 침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임을 인식하고 적극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부실한 의원입법을 손질하자는 데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국회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규제개혁회의에서 도입을 약속한 규제비용 총량제의 경우 여당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무조정실은 별다른 국회 설득 계획 없이 시범사업 확대만 추진하고 있다.

또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 등은 신년 업무보고에서 이미 다뤄진 내용이어서 실적 위주의 ‘재탕 발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이재명 기자
#핵심규제#국회#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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