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남북격차 삼성과 하청업체 수준… 통일 대박, 게임처럼 되지는 않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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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회고록에 대해 말하다]환담=배인준 주필

《 이명박 전 대통령은 16일 동아일보 배인준 주필과의 환담에서 에둘러 가지 않았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지만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발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직 대통령의 바람직한 역할상을 구현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다음은 이 전 대통령의 주요 발언 요지. 》

○ 회고록 출간

―최근 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양이 방대하다.


“(웃으며) 다 못 썼다.”

―회고록에서 민감한 남북문제 등을 너무 자세히 다뤘다는 지적도 있다.

“까발리긴 뭘…. 북한 문제는 노련하게 다뤄야 한다.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야지. 지금 남북 간 격차는 삼성그룹과 하청업자 격차까지 벌어졌는데….”

―굳이 이 시기에 회고록을 낸 이유를 놓고 논란이 많다.

“이 시기를 노린 것은 아니지만 준비는 오래 했다. 재임 중 자료는 (국가기록원에) 다 넣어놓았다. 1, 2년 안에 안 쓰면 기억이 나지 않아 못 쓴다. 그래서 20, 30명이 모여 쓰고 크로스 체크한 것이다. 빨리 기억을 더듬어야 하니 퇴임하면서부터 수석과 장관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2박 3일 합숙도 2번이나 했다. 이런 역사가 건국 이래 없다.

내년은 총선이 있어서 책을 쓸 수 없다. 총선에서 사생결단할 텐데 여야가 다 반대할 것이다. 그 다음 해는 대통령선거다.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그래서 금년 아니면 쓸 기회가 없었다. 참모들은 정치적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반대했다. 국가에 도움이 안 되고. 회고록은 일의 기록이다. (정부 관계자 등) 읽을 사람을 위해 쓴 거다.”

―회고록 비판에 어떤 생각이 드나?

“안 읽은 사람이 더 떠든다.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딴지일보에서 회고록을 읽고 서평을 쓴 친구가 ‘7시간 동안 다 읽었다고 했다. 그동안 MB(이 전 대통령)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매우 당황스럽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바르게 잘 쓴 책이라고 했다. 댓글에서 공격이 이어지니 일일이 답변을 다 썼더라. 자기는 7시간 진지하게 읽어서 그렇게 반응했다고 한다.”

○ 남북 관계

―남북통일과 분단극복을 하면서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이 가능한가.


“지금 말하기 어려운 점을 잘 안다. 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나. 그러나 독재 3세대까지 오면 설득시켜 될 일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인류 역사가 다 증명하는 것이다. 무슨 민족공조 운운하지만 (북한 김정은은) 자기 서바이벌 전략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통일항아리’,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점이 차별화된 것인가.

“통일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확산하는 차원에서 대박이란 용어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통일은 게임해서 대박 터지듯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화합과 노력이 필요하고, 희생이 따른다.”

―북한에 전단(삐라)을 보내면 실제 효과가 있나.

“기밀은 다 말할 수 없지만 북한 군대가 흔들린다고 생각한다. 북한군은 날아간 전단을 찾아서 다 수거한다고 난리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그것이 영향이 있는 거지. 우리 정부 때는 북한이 ‘제발 전단을 보내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다. 우리는 ‘민간이 하는 것이다. 너희도 뿌려라’라고 그랬다.”

○ 4대강,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비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4대강에 안 가본 사람들이 떠드는 것이다.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할 때 언론 보도에는 ‘재벌 차 타게 하려고 길 닦나’식의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됐나. 해보면 아는 것이다.”

―정권 초기 감사원은 4대강 사업 감사를 집중적으로 벌였다.

“돈 몇천억 원이 (리베이트로) 왔다갔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세종시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당시 세종시 부지에 삼성이 80만 평 조성하고, LG도 참여하려고 했다. 정부 돈이 안 들어가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대로 했으면 지금 최첨단 도시가 조성됐을 것이다. 통일이 되면 행정수도를 비무장지대(DMZ)에 100만 평 정도 잡으면 된다. 공무원들이 평양에서, 서울에서 각각 출퇴근 1시간이면 오갈 수 있다. DMZ에 만드니 땅값도 안 든다. 행정부가 밑에 있으면 나중에 통일되면 옮겨야 한다. 난 그것을 일찍부터 얘기했다. 세종시 수정안이 안 된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회에선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하는 게 좋다. 한번 해봐라.”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이 16일 서울 광진구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 배인준 주필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이 16일 서울 광진구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 배인준 주필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외교 문제

―외국의 어떤 지도자와 가장 돈독했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흉금 터놓는 관계가 중요하다. 미국 워싱턴 연구소에선 ‘미국에서 민주, 공화당과 다 친한 것은 MB다’는 얘기가 많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길래 ‘한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부시, 미국 대통령 오바마를 상대하는 것이다’고 했다. 역대 정권에선 여당은 공화당, 야당은 민주당과 가까웠던 것 아니냐. 하지만 대한민국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

―미국 사람들이 지난 정부에선 한국을 자주 만나려 했는데 요즘은 일본을 자주 접촉하는 것 아닌가.

“일본의 무장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일본의 무장에 다 찬성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일본이 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세계 전체를 보고 분석해야 한다. 미국도 일본을 지원한다. 이게 우리의 딜레마다. 단순히 반미 반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21세기 전후가 얼마나 지났나.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것은 없다. 외교에서도 융합을 해야 한다.”

○ 증세 복지 논란

―정치권에서 법인세 인상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등은 법인세 낮추고 있는데 우리만 올리면 투자가 안 생기고, 일자리도 안 생긴다. 외국기업의 투자가 줄고 우리 기업은 외국으로 나간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 아니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개인 소득세는 올리고, 법인세는 낮추자고 한다. 그런 걸 다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증세 논쟁은….

“증세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요자가 부담을 더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 복지 해놓은 것만 해도 10년이 지나면 어마어마한 부담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선별적 복지를 했어야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손자는 돈을 내면 된다. 70%만 대주고 30%는 본인 부담하면 된다. (무상급식으로) 이젠 식사 질만 떨어져 그 밥을 안 먹는다.”

○ 권력이란?

―한 국가의 권력을 운용해 봤지만 권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동서고금 개념은 다르겠지만. 절대 권력자의 권력은 70%만 쓰는 것이 맞다. 더 쓰면 위험하다. 100% 쓰면 안 된다. 다 쓰면 위험해진다. 절제하는 것이 맞다.”

―국회에선 외부 경력보다 선수(選數)가 우선이다.

“국회는 선수로 돌아간다. 기업은 외부 경력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게 직위를 준다. 국회 경력만 인정하고 외부 경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국회 발전이 없다.”

▼ 전직 대통령 역할과 국격 ▼

“한국 넘어 세계서 활동 바람직한 前職 문화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이명박 전 대통령은 16일 환담 도중 전직 대통령의 역할 모델을 거듭 강조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윤보선,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모델이 없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죽고 나서 평가하는 것 아닌가. 이제 (활동하는) 전직 대통령은 (나 이외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은 “바람직한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국격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 재단 활동을 통해 후진국의 경제개발 자문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한국의 경계를 넘어서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전직 대통령의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다.

그는 재임 중 틀이 잡힌 ‘녹색 성장’을 전직 대통령의 새로운 무대로 들었다. 재임 중 자신이 일군 의제를 확대해 나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 성장은 해외에서 그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10년, 100년이 지나면 녹색 성장은 더 커질 것이다. 10년 지나면 월드뱅크는 녹색기후기금(GCF)보다 더 규모가 작아질 것이다. 그래서 독일이 목숨 걸고 그 기구를 가져가려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녹색 성장은 세계적 추세로 갈 것이다.”

정리=정연욱 정치부장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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