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합동 토론회를 열었다. 여야의 틀을 뛰어넘어 민생과 직결된 정치의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여야 중진이 함께 주최한 만큼 상대 경계를 넘나든 ‘크로스 오버’ 토론회라는 이색적인 평가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오늘, 대한민국의 내일을 생각한다’였다. 김 전 대표는 발제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대표 대선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한 뒤 산업화 시대 가치와 행태를 고집하고 있다”며 “인간화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철학과 노선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은 다수의 힘을 과신하는 유혹에서,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타성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여야 모두에 변화를 주문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특히 여야가 보수 진보 진영의 포로가 되지 않고 국민의 통증을 함께 느끼고 먼 장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중(中)부담 중(中)복지”라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하에 어떤 세금을 더 거둘지 여야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유 의원과 김 전 대표는 서로 당내에서 독특한 비주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 의원은 ‘원조 친박(친박근혜)’이면서도 박근혜 정부에선 친박을 비판하는 ‘비주류’의 길을 걷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친노(친노무현)계가 주도하는 당내에서 비주류 중도 진영을 대표하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1년여 만에 당권을 내놓은 상태다. 정치권 인사들은 “두 사람이 동병상련(同病相憐)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이날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등 여야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다. 새누리당 의원 34명, 새정치연합의원 55명 등 총 89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의원들은 “본회의장 행사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새정치연합 정성호 의원이 많은 내빈을 소개하는 것을 머뭇거리자 일부 의원이 “소개는 생략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관심이 컸던 것은 여야의 주요 정치 일정과 무관치 않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의 내년 5월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하고, 김 전 대표는 내년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활동을 재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유 의원과 김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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